삶을가꾸는글쓰기/2011 교실일기

7월 13일 - 아이들이 하늘이구나!

늙은어린왕자 2011. 7. 15. 00:52

7월 13일 수요일 때때로 비

아이들이 하늘이구나

 

☂장면 하나
  집에서 나설 때는 비가 오지 않더니 교통 봉사하려고 교문에 서는 순간 갑자기 우두두둑 비가 내렸다. 얼른 교문 옆 소나무 아래로 몸을 피했다. 장마철인데도 차 안에 우산 하나 준비해놓지 않은 게 후회됐다.
  누구한테 우산을 빌릴까 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는데 문득 열흘 전쯤 교실에 둔 우산이 생각났다. 마침 채미가 지나가고 있어서 우산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더니 쏜살같이 달려가 찾아왔다. 덕분에 오락가락 하는 빗속에서 교통 봉사를 편안하게 했다.

 

 

☂☂장면 둘
  3교시 체육시간, 아침부터 비가 오락가락한 탓인지 운동장에는 우리 말고 아무도 없었다.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듯 텁텁하게 찌푸린 하늘 아래서 아이들은 땀을 쏟으며 땅콩 피구 경기를 했다.
  첫 번째 경기를 재미있게 끝내고 두 번째 경기를 신나게 하고 있는데 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두 방울 내리던 비는 잠시 뒤 소나기로 변했다.
  “소나무 아래로 피신!”
  내 고함소리에 따라 아이들은 모두 소나무 아래로 피했다. 그런데 잠깐 내릴 비가 아니었다.
  “교실로 후퇴!”
  전쟁이었다. 아이들을 비가 쏟아지는 운동장을 가로질러 뛰어갔다.
  체육창고에 공과 라인기를 챙겨 놓고 문을 나서려는데 비는 더욱 세차게 내렸다. 중앙 현관까지 거리는 80m 남짓, 아무리 힘껏 뛰더라도 옷이 흠뻑 젖는 건 피하기 어려워 보였다. 할 수 없이 처마 아래에 쪼그리고 앉아 비가 멈추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5분을 기다려도 비는 멈추지 않았다.
  그 때 교실로 갔던 몇몇 아이들이 서쪽 현관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더니 우산을 쓰고 운동장을 가로질러 왔다. 달리기를 잘 하는 채미가 앞서서 달려오고 미경이, 현정이, 현수, 지상이가 뒤를 따랐다. ‘선생님 구출작전’이었다.
  작전은 멋지게 성공했다. 재치 있는 아이들 덕분에 나는 비를 맞지 않고 무사히 중앙현관에 도착했다.
  장마철에 하늘을 얕보고 덤비다가 두 번이나 당했지만 모두 아이들 도움 덕분에 살았다. 휴~ 아이들이 하늘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