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1 교실일기

9월 15일 - 세 분 토론

늙은어린왕자 2011. 9. 20. 23:48

9월 15일 목요일 한여름처럼 무덥다.
세 분 토론

 

  점심시간에 밥을 먹다가 난데없는 토론이 벌어졌다. 우리 몸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하냐는 것이 주제였다. 지상이가 첫 불을 지폈다.
  “야, 너희들은 우리 몸 중에서 뭐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뼈가 제일 중요할 거 같아. 뼈가 없으면 사람은 못 움직이니까.”
  지상이의 뜬금없는 소리에 (정)현민이가 반박했다.
  “무슨 소리 하는데? 심장이 중요하지. 사람은 심장이 없으면 바로 죽어.”
  “심장이 아무리 중요해도 뼈가 없으면 심장을 보호할 수 없어.”
  논쟁은 불꽃이 튀었다. 잠시 뒤 불똥은 옆에 있던 성윤이한테로 옮겨갔다. 성윤이는 뇌를 들고 나왔다.
  “심장보다 뇌가 더 중요해. 뇌가 없으면 어떻게 생각하고 몸을 움직여.”
  바로 반박이 나왔다.
  “뇌는 죽어도 사람은 살 수 있지만 심장이 죽으면 바로 죽어.”
  “내가 말하는 건 뇌가 아니라 뇌하수야. 뇌하수가 죽으면 몸에 아무 명령도 못하고 죽어.”
  성윤이는 뇌의 구조에 관해 공부한 적이 있는 듯했다.
  “뇌나 심장이나 뼈가 없으면 땅바닥에 떨어지니까 뼈가 중요해.”
  현민이가 주춤하는 사이에도 지상이는 끝까지 자기주장을 접지 않았다. 결국 불똥은 결국 나한테까지 떨어졌다. 셋은 내 판결을 요구했다.
  “내가 보기엔 모두의 말이 맞는 것 같아. 근데 그것만 중요한 게 아니라 모든 게 중요해. 이번에 야구선수 최동원이란 사람이 죽었는데 그 사람은 대장에 암이 생겼거든. 그러니까 그곳도 중요하지. 그나저나 이제 그만! 밥 좀 먹자!”
  하지만 내 말을 새겨듣는 녀석은 하나도 없었다. 세 입은 다시 불꽃을 뿜었다.
  “에이, 선생님. 그래도 뼈가 제일 중요하죠? 뼈가 없으면 아무 데도 못 가요.”
  “심장이 제일 중요하죠? 심장이 죽으면 5분 안에 죽어요.”
  “뇌하수가 죽으면 1분 안에 죽어요.”
  논쟁은 끝이 없어보였다. 이 때 영양선생님이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여기는 와이리 시끄럽노? 조용히 안 하나?”
  영양 선생님이 나를 힐끔 보더니 말을 이었다.
  “어이구, 선생님이나 아이들이나 똑같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토론은 간단히 끝났다. 우리는 논쟁을 마치고 밥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