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6일 금요일 여름이 다시 오려나?
즉석 글쓰기 교실
집에서 나와
신호등을 건너 조금만 걷다보면
하늘 위로 나무들이
초록동굴을 만들어주는 것 같다.
박물관 쪽에 있는 나무와 나뭇잎들과
가로수들이 만들어주는 초록동굴은
시원하기 짝이 없다.
겨울은 어떨까?
겨울엔 나뭇잎들이 다 떨어져서
무슨 느낌이 날까? (안유진)
2학기 들어 처음 쓴 생각주머니를 읽는데 유진이 글이 눈에 띄었다. 아이들에게 읽어주며 말했다.
“유진이 글은 눈 감각을 잘 살려 썼습니다. 우리는 감각으로 경험하며 생각을 하지요. 눈으로 보며, 귀로 들으며, 코로 냄새 맡으며, 맛보며 그리고 피부로 감촉을 느끼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합니다. 생각주머니에는 이 때 든 생각을 쓰면 됩니다.”
내 말을 곰곰이 듣고 있던 지상이가 말했다.
“그거 참 쉽네요.”
“그래, 참 쉬워. 근데 왜 글 쓸 때 어렵게 느끼느냐면 사람은 누구나 보고 듣고 냄새 맡으며 생각하지만 그 생각을 꺼내는 연습을 안 해서 그래. 바빠서 또 문제 푼다고 말야. 그렇게 지나가버린 생각이 너무 아깝지.”
내친 김에 노래 가사도 하나 예를 들었다.
이웃집 순이
울 엄마보고
할매라고 불렀다.
잠이 안 온다.
내일 아침 먹고
따지러 가야겠다.
눈치 빠른 아이들은 칠판에 가사를 적자마자 가사에 들어있는 감각을 알아맞혔다.
“맞습니다. 이 이야기 주인공은 엄마를 할매라고 부르는 소리에 얼마나 기분이 나빴으면 잠도 안 왔을까요? 여러분도 무슨 말을 듣거나 소리를 들으면서 생각을 많이 하지요? 그런 생각을 쓰면 됩니다.”
유진이 글에 관해 이야기하다가 즉석 글쓰기교실이 되어버렸다. 무얼 하다가 어떤 생각이 들면 사진처럼 그 장면을 꺼내보며 글 쓰는 게 좋다는 둥 잔소리도 늘어놓고는 다시 공책을 보았다.
나는 아침에
잠꾸러기다.
엄마는
처음에 일어나렴
두 번째는 일어나
세 번째는 김수지 일어나 했다.
나는 엄마 합창해요 했다. (김수지)
수지 글은 귀 감각이 살아있다. 엄마 목소리를 그대로 쓴 것도 좋고 합창에 비유한 것도 좋다.
유진이가
무서운 이야기책을
빌려주어서 보았는데
제일 무서운 이야기는
무덤 놀이다.
나는 무서운 이야기가
너무 무서워서
안 보기로 했는데
재미있어서
자꾸 보게 된다. (윤경은)
이 글은 어떤 감각이 살아있다고 해야 할까. 이야기책을 보았다고 했으니 눈 감각이라고 하는 게 맞겠다. 이야기책을 보며 생각한 것을 잘 쓴 글이다. 무서워서 안 보기로 해놓고 자꾸 본다고 한 부분은 어른들이 매운탕이 매워서 못 먹겠다고 하면서도 숟가락을 놓지 않는 것을 떠올리게 한다.
“저도 그런 생각 한 적 있어요.”
책을 좋아하는 시현이도 비슷한 생각을 한 모양이다.
“시현이는 글쓰기 할 때마다 쓸 게 없다거나 생각한 게 없다고 했는데 보세요. 사람은 누구나 생각을 하고 살지요.”
시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감각이 살아있는 좋은 글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하며 즉석 글쓰기교실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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