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5일 화요일 맑고 쌀쌀함
과학실험팀의 발견
학예회를 나흘 앞둔 오늘, 프로그램을 점검해보니 유일하게 과학실험팀만 내용을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녀석들이 믿는 구석이라고는 여전히 삼각프리즘 뿐이다. 더는 미루면 안 되겠다 싶어서 ‘실험대장’ 시현이를 불렀다.
실험 내용을 물었더니 역시나 삼각프리즘으로 햇빛을 분리하는 실험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만약 그 날 햇빛이 없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물음에는 대답을 못 했다.
“그러길래 뭐라든? 아무리 과학이 좋다고 해도 학예회 하는데 실험한다는 게 말이 돼?”
잔소리를 한 바탕 늘어놓고 나는 인터넷으로 같이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시현이도 좋다고 했다.
‘실험’이나 ‘과학실험’이라는 검색어로는 원하는 실험을 찾을 수 없었다. 우리가 원하는 실험은 즉석에서 보여줄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하는데 실험시간이 길거나 결과가 눈에 띄지 않는 것들이 많았다. 게다가 보여줄 만한 실험이라고는 유치원 아이들이나 할 만한 실험들뿐이었다.
“저도 인터넷으로 찾아봤는데 마땅한 게 없던데요?”
시현이 말이 일리가 있었다. 점점 초조해지는 가운데 우리는 다른 검색어를 넣어보기로 했다. 눈에 띄는 실험이 뭘까 생각하다가 ‘분수 실험’이라는 검색어를 넣었더니 동영상이 몇 개 나왔다. 뭔가 잡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지 시현이 눈빛이 달라졌다.
분수 실험도 종류가 많았다. 그 중에서 달걀 분수는 24시간 이상 준비가 필요해서 제외하고, 암모니아 분수는 실험도구와 약품이 많이 필요해서 뺐다. 페트병 분수는 유아들에게 적당한 실험이었다. 우리의 눈길은 자연스레 촛불의 연소를 이용하는 실험으로 갔다.
“이거 괜찮은데요?”
동영상을 뚫어져라 보고 있던 시현이가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내가 봐도 실험도구가 간단하고 붉은 물감을 탄 물이 빨려 올라오는 모습도 여러 사람에게 보여주기에 적당했다.
“그래, 이걸로 하자.”
시현이 말을 듣고 달려온 ‘과학실험팀’의 지상이와 성윤이, 현민이도 좋다고 했다. 우리는 당장 실험해보기로 하고 재료를 구해왔다. 초와 비커, 스포이트와 집기병은 과학실에서 가져오고 우드락은 학습자료제작실에서 가져왔다.
시현이가 한 첫 번째 실험은 불발이었다. 물이 조금 올라오다가 멈춰버렸다. 잔뜩 기대에 부풀었던 아이들은 실망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내가 했을 때는 물이 분수처럼 솟아올랐다. 그러자 시무룩하던 녀석들의 표정이 금세 밝아졌다.
첫 실험이 불발된 까닭을 가르쳐주고 시현이보고 다시 해보라고 했더니 이번에는 물줄기가 시원하게 솟아올랐다. 녀석들은 원리를 물으며 몇 번이나 실험을 더 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번 학예회의 골칫덩어리 코너가 사라졌다는 생각에 나도 마음이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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