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6일 수요일 맑은 뒤 구름
분수의 달인
어제 과학실험팀이 실험내용을 정하긴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학예회 공연으로는 부족한 점이 있었다. 연습하는 걸 보니 실험은 제대로 될 것 같았지만 느낌이 딱딱하고 분위기도 썰렁했다.
게다가 두 명만으로도 충분한 실험인데 네 명이나 참여하다 보니 나머지 두 명은 별 역할도 없었다. 그래서 역할을 정해서 개그콘서트의 ‘달인’ 코너처럼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별 역할이 없었던 성윤이와 현민이는 이렇게 하든 저렇게 하든 상관하지 않는 눈치였다. 하지만 ‘실험대장’ 시현이와 ‘조수’ 지상이는 과학실험을 어떻게 개그처럼 하냐며 반대했다. 끝까지 반대하던 둘은 결국 일단 한 번 해보자는 내 말에 따르기로 하고 연습에 들어갔다.
먼저, 역할을 나눴다. 시현이는 예정대로 실험을 하고, 지상이는 실험 해설을 맡았다. 그리고 어정쩡하게 서 있던 현민이와 성윤이는 각각 웃기는 사회와 웃기는 조수를 맡기로 했다. 사회자가 말하는 첫 부분과 조수가 웃기는 마지막 부분을 빼면 나머지는 처음과 같았다. 잡아본 흐름은 대략 이렇다.
◇등장인물 : 사회자(김현민), 달인(박시현), 해설자(박지상), 조수(정성윤)
사회 : 안녕하십니까? 달인을 만나다의 김현민입니다. 오늘은 11년 동안 분수만 연구해 오신 분수의 달인 분모 박시현 선생님을 만나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달인 : 안녕하십니까?
사회 : 11년 동안 분수만 연구해오셨다고 들었는데 촛불로도 분수를 만들 수 있습니까?
달인 : 네, 물론이죠.
사회 : 그럼 만들어보시죠.
해설자가 실험 과정을 설명하고 달인은 실험을 한다. 실험이 끝나면 실험해설자가 실험 원리를 설명한다. 모든 과정이 끝나면 인사하고 뒤로 물러선다. 이 때 조수가 기웃거리다가 초를 만지작거린다.
사회 : 야! 너도 할 줄 아냐?
조수 : (이 정도는 누워서 먹기라는 표정으로) 칫!
사회 : 한 번 해 봐.
조수는 실험을 하는 척 하다가 종이를 든다. 종이에는 2분의 4라는 분수가 적혀 있다.
조수 : 이게 뭔지 알아요?
사회 : 뭐긴 뭐야 분수지.
조수 : 칫! 이건 2죠, 2!
사회 : (조수의 머리를 신문지로 치며) 나가!
조수가 나가고 끝난다. 출연자들 모두 서서 인사하고 들어간다.
끝까지 해보니 제법 괜찮은 흐름이 되었다. 텔레비전에서 하던 달인 코너 보다 더 실감났다. 그리고 네 명 모두 알맞은 역할을 맡아서 짜임새도 있어보였다.
하지만 진지한 과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현이와 지상이는 여전히 못마땅한 눈치였다. 둘이 하는 역할은 변함이 없다고 해도 삐죽 튀어나온 입은 들어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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