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1 교실일기

11월 17일 - 엘리베이터 설치해주실래요?

늙은어린왕자 2011. 11. 26. 00:01

11월 17일 목요일 맑은 뒤 구름
엘리베이터 설치해주실래요?

 

  아이들을 집으로 보내기 전에 학예회에 부모님들이 얼마나 오시는지 조사해보았다. 부모님 모두 오신다는 아이도 있고 한 분도 못 오신다는 아이도 있었다. 또 엄마나 할머니만 오신다는 아이도 있었다. 대략 세어보니 15명은 넘을 것 같았다. 우리 반 좌석 27개에는 조금 모자란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냥 두고 보기로 했다.
  “이경아, 할머니 오셔?”
  바쁜 엄마 대신 할머니 도움을 많이 받는 이경이는 평소에 늘 할머니를 입에 달고 산다. 이경이를 보자 할머니가 참석이 되시는지 궁금해서 물었다.
  “못 오세요. 다리가 안 좋아서요. 우리 할머니 2층에서 해도 못 오실걸요.”
  “어쩌노. 그래도 오시면 안 될까? 손녀가 하는 걸 보셔야지.”
  이경이도 마음이 찜찜했는지 가방을 챙기며 잠깐 머뭇거렸다. 그러더니 고개를 들고 말했다.
  “선생님이 학교에 엘리베이터 한 대 설치해주실래요? 그럼 오실 걸요?”
  이경이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갈 길을 갔다. 할머니가 다리 때문에 참석을 못 하신다니 나도 안타까웠다. 업어서라도 모신다고 할 걸 그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