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1 교실일기

12월 5일 - 교육과정 설문조사

늙은어린왕자 2011. 12. 12. 15:31

12월 5일 월요일 구름 속 햇살
교육과정 설문조사

 

  학교는 벌써부터 내년 계획이 한창이다. 지난 주 했던 주 5일제 설문조사 결과 학생, 학부모 모두 70% 이상 찬성이 나와 내년부터 주 5일 수업이 결정되었다. 이어서 내년 교육과정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를 물어보는 설문조사가 학부모, 학생들을 대상으로 벌어지고 있는데, 우리 반은 학생 설문조사를 하는 반이 되어서 오늘 자투리 시간에 했다.
  설문지에는 학교생활 만족도, 아침 시간 활용 방법, 현장체험학습 실시 방법 같은 평범한 질문에서부터 시험 횟수나 시험 과목처럼 아이들이 민감해하는 질문까지 열여섯 개가 앞뒤로 빼곡히 들어있었다. 그리고 내년에 어떤 선생님이 담임선생님이 되면 좋겠냐는 생뚱맞은 질문도 두 개 들어있었다.
  아이들은 서로 의견을 나눠가며 질문지에 답해나갔다. 내년에는 엄격한 선생님이 담임선생님이 되면 좋겠다며 누군가 장난을 치자 벌컥 화를 내다가도 시험 횟수를 묻는 질문에는 아예 안치는 걸로 하자며 쉽게 마음을 모으기도 했다. 전일제, 블록제, 강사풀 같은 낱말의 뜻을 묻는 아이들도 많았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니 흥미로운 점이 몇 가지 있었다. 먼저 아이들이 민감해하는 시험에 관한 질문에는 27명 가운데 23명이 중간고사 또는 기말고사 가운데 한 번만 치르거나 아예 치지 말자고 답했다. 또 시험 과목은 중간고사 기말고사 모두 국어, 사회, 수학, 과학 이렇게 네 과목만으로 하자는 아이가 22명이나 됐다.
  시험을 치르지 말자는 의견을 학교나 부모님들이 받아들이면 좋겠지만 그건 어렵겠고, 시험 과목을 네 과목으로 하자는 건 나도 공감이 갔다. 예체능 과목은 다른 방법으로 평가할 수 있으니 말이다.
  다음으로 눈길이 간 것은 생뚱맞게 들어 있는 질문들이었다. 내년에 어떤 선생님이 담임선생님이 되면 좋겠냐는 질문에 17명이 친절하신 선생님을, 5명은 공부를 잘 가르쳐주시는 선생님을, 나머지 5명은 이해를 잘 해주시는 선생님을 선택했다. 예나 지금이나 공부를 잘 가르쳐주는 선생님 보다 친절하게 대해주는 선생님이 인기 있는 건 변하지 않았구나 싶었다.
  이 질문이 생뚱맞은 까닭은 아이들이 친절한 선생님을 원한다고 해서 학교가 그런 선생님을 만들어줄 수 없기 때문이다. 시험 과목은 원하는 사람이 많으면 줄일 수 있지만 사람 마음을 원하는 대로 뚝딱 만들어낼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누구나 친절하고 이해를 잘 하면서도 공부를 잘 가르쳐 주는 사람을 원하니까 선생님들에게 참고가 되라고 이런 질문을 넣었을 거라는 생각하니 조금 이해가 되었다.
  또 하나는 좀 더 생뚱맞은데, ‘학교생활 중에 일어난 일을 부모님과 얼마나 자주 이야기 나눕니까?’ 하는 질문이다. 결과를 보면 10명은 거의 매일 나눈다고 답했고, 일주일에 1~2회가 6명, 부모님이 물을 때만은 6명, 일주일에 3~4회는 4명이었다. 1명은 거의 나누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질문을 보면서 자녀와 부모님의 대화를 조사하는 게 교육과정을 계획하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궁금해졌다. 미리 알았으면 이런 질문을 넣지 말라고 했을 텐데 다른 분이 맡은 일이어서 미처 살펴보지 못했다. 
  설문조사 결과는 학교에서 모두 모아 내년 학교계획을 짜는데 참고자료로 쓸 예정이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 최대한 많이 이루어져서 보다 즐거운 학교가 되면 좋겠고, 나도 그렇게 되도록 힘써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설문조사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