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일 목요일 구름 많음, 비 조금
고운 노래 부르기
첫째 시간에 ‘고운노래부르기대회’가 있었다. 이 대회는 노래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높이려고 평소에 교실에서 배우고 불러왔던 노래나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를 학급 친구들 앞에서 부르는 학교행사다. 학교에서는 전교생이 다 참여하기를 바랐으나 우리 반은 미경이, 민서, 성정이, 현정이, 유진이, 민지 이렇게 여학생 여섯 명만 신청했다. 이 가운데 현정이가 몸이 안 좋아서 결석하는 바람에 대회는 다섯 명 만으로 치렀다.
첫 번째로 노래를 부른 미경이는 음악책에 나왔던 ‘기차를 타고’를 불렀다. 미경이는 노래대회에 여러 번 나가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목소리나 몸동작이 여느 대회 선수들 못지않게 자연스러웠다. 인터넷에서 받아놓은 반주에 미경이 목소리를 더하니 음악 녹음실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두 번째는 민서였다. 민서는 ‘나무의 노래’를 불렀는데 ‘아침 햇살이 찾아들기 전
작은 소리로 노래하는 나무, 아침 햇살이 찾아들면 가슴을 펴고 햇살을 흔들며 노래하는 나무‘로 시작하는 가사가 아름다웠다.
우리를 놀라게 한 건 바로 민서의 고운 목소리였다. 평소에 “선생님!” 하고 나를 부를 때나 친구들과 이야기 나눌 때 나오던 거친(?) 목소리가 아니라 그야말로 산새가 지저귀듯 가늘고 고운 목소리였다.
“민서 목소리 어때요? 너무 곱지요? 평소 때 목소리와 너무 다르지요?”
내 느낌을 전하자 몇몇 아이들은 닭살 돋는다며 팔을 비비거나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세 번째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말’이라는 노래를 부른 성정이였다. 성정이는 박자도 잘 맞고 가사도 정확하게 잘 불렀다. 앞에 나와서 노래 부르는 것이 부꾸러웠는지 목소리가 조금 작았지만 아이들은 이런 성정이에게 더욱 큰 박수를 보내주었다.
네 번째 나온 유진이는 ‘화가’를 불렀다. 20년 동안 아이들의 사랑을 받은 명곡인 ‘화가’는 다른 노래 보다 높은 음이 많다. 아이들은 과연 유진이가 높은음을 잘 부를 수 있을지 숨죽이며 지켜보았다.
노래 대회에 나가본 적도 없다는 유진이는 평소에 즐겨 부르는 듯 맑은 소리로 차분하게 잘 불렀다. 특히 아주 높은 소리를 내야 하는 마지막 줄도 부드럽게 잘 처리했다.
“바로 이거야!”
누군가 이렇게 소리치자 박수가 우렁차게 터져 나왔다. 교실은 마치 방송사에서 하는 ‘나는 가수다’ 경연장 같았다.
마지막으로 나온 민지는 교실에서 배운 ‘우리이야기’를 불렀다. 이 노래는 반주가 없어서 내가 기타반주를 해주었다. 민지는 긴 가사를 다 못 외운 탓에 악보를 보기도 했지만 신나게 잘 불렀다.
행사가 여기서 끝났으면 좋았으련만 한 반에서 세 명씩 상을 주어야 한다는 비극이 기다리고 있었다. 투표결과 열정을 다해 노래를 부른 유진이가 18표를 받고 나머지 네 명이 2표씩 골고루 나눠가져갔다. 일단 유진이한테 상 하나가 돌아가고 나머지 두 개 성정이와 민지한테 돌아갔다. 올 한 해 동안 상을 많이 받은 미경이와 민서가 양보해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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