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
이번 주부터 통합 시간에 <봄>에 관해 공부한다. 오늘은 '봄과 우리생활'이라는 주제로 봄에 겪는 여러 경험을 떠올려 보았다. 우리는 '입학식', '봄비', '꽃나들이', '황사', '꽃샘추위' 장면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입학식'은 지난해에 입학했던 경험을, '봄비'는 며칠 전에 내렸던 비를, '꽃나들이'는 지난 주말에 식구들이나 친구들과 보았던 꽃을, '모내기'는 시골에서 농부들이 일하는 모습을 각각 떠올렸다. 아이들은 얼마 전에 TV에서 보았던 '미세먼지' 이야기도 빼 놓지 않았다.
이 가운데 '황사'와 '미세먼지', '꽃샘추위'에 관해서 좀 더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몇몇 아이들은 의외로 이들 현상에 관해 자세히 알고 있었다. '황사'와 '미세먼지'가 중국 쪽에서 날아온다는 것도 알고 있어서 기특했다.
문제는 '꽃샘추위'였다. 봄에 반짝 찾아오는 추위라면 '봄추위'라고 해야할텐데 왜 '꽃샘추위'라고 할까? 아이들에게 그 까닭을 물어보았다. 아이들은 시시하다는 듯 즉각 반응을 보였다.
"봄바람이 꽃가루를 날리기 때문입니다."
"봄바람이 꽃향기를 날리기 때문입니다."
동혁이와 성웅이가 자신만만하게 말했지만 "땡" 소리가 울렸다.
"꽃이 힘이 세져 추위를 밀어내기 때문입니다."
본희는 골똘히 생각한 끝에 다소 엉뚱한 답을 내놓았다. 본희는 연약한 꽃잎에 아주 무서운 힘이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아이들이 웃었지만 꽃과 추위를 연관지어 생각한 점은 좋았다.
"바람이 꽃피었을 때 불기 때문입니다."
"꽃이 활짝 피었을 때 바람이 불기 때문입니다."
가영이와 민채도 나름 소신을 밝혔지만 역시 제자리 걸음이었다. 이 때 재웅이가 '꽃이 피었는데 바람이 꽃가루를 날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가 동혁이가 말한 걸 또 말한다고 아이들한테 한 소리 듣기도 했다.
아이들은 '꽃'과 '추위'는 연결짓는데 '샘'자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나연이가 처음으로 '샘'을 넣었다.
"꽃알레르기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이 샘나서 그래요."
꽃 피는 좋은 봄날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을 샘낼 만하다. 하지만 '추위'와 연결하지 않았다.
"꽃이 (구경 오는) 사람 때문에 샘나서 추위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본희는 '꽃'과 '샘', '추위'를 모두 연결했지만 여전히 꽃의 무시무시한 힘을 믿고 있어서 다시 "땡"을 받았다.
마칠 시간은 됐는데 제대로 된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누가 꽃을 보고 샘을 내는지 맞혀보라고 했다. 아이들은 이제서야 감을 잡은 듯 봄비 맞은 죽순처럼 손을 올렸다.
"벌이 샘을 냅니다."
도은이는 '추위'를 아예 잊고 아름다운 꽃세상으로 들어가 있었다.
"바람(추위)이 샘냅니다."
처음 발표했다가 '땡'을 받은 동혁이가 생각을 가다듬은 끝에 비슷한 답을 내놓았다. 하지만 다빈이가 여태까지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
"꽃이 예쁘니까 바람(추위)이 샘냅니다."
아이들은 대부분 자신도 같은 답을 생각했다녀 아쉬운 소리를 쏟아냈다.
사전에는 꽃샘추위를 이렇게 설명해 놓았다.
'봄철에 포근해지던 날씨가 갑자기 기온이 내려 꽃봉오리를 움츠러들게 하는 추위.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하는 듯한 추위라 하여 꽃샘추위라 하였으며 ..... "
사실 아직 세상을 많이 경험하지 못한 2학년 꼬물이들에게 '꽃샘추위'라는 말은 매우 어렵다. 말이라는게 조상들의 경험이 쌓이고 익어야 만들어지니까 말이다. 우리 꼬물이들이 이런 낱말을 제대로 알려면 몇 번, 몇십 번의 봄을 더 겪어야 할 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올 해는 다행히 이렇다 할 꽃샘추위가 없다. 추위에 약한 아이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여느 해 처럼 찬 바람이 다시 불고 예쁜 꽃잎이 얼어서 뚝뚝 떨어지는 꽃샘추위가 한 번이라도 찾아왔으면 오늘 이야기가 좀 더 실감나지 않았을까? (4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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