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하는 글쓰기] - 우리 식구 중 한 사람(1)
지난 주에 별다른 '조치' 없이 설명하는 글쓰기를 해보았을 때 두 가지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첫째는 글(설명) 내용이 빈약했고, 둘째는 엄마를 선택한 아이가 한 명도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 두 가지를 보완해서 글을 쓰도록 해보았습니다.
먼저, 글 내용을 풍부하게 하기 위해서 아이들이 대상의 여러 측면을 생각하고 쓸 수 있도록 안내했습니다. 예를 들어 '엄마'를 선택했다면 겉모습은 어떤지, 취미나 잘 하는 것은 뭔지, 습관이나 고칠 점은 없는지 등을 항목별로 생각하고 써 보는 것입니다. 칠판에 이런 항목을 써두고 이 중에서 생각이 잘 떠오르는 것 몇 가지를 선택해서 설명해보자고 했는데 아이들은 대부분 특정 항목을 거르지 않고 다 쓰더군요. 2학년의 특징인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지난 번에 한 명도 선택하지 않았던 '엄마'에 관해서는 '엄마들도 이 점을 매우 신기하게 생각하시더라', '이번에는 대상을 바꿔보는 게 어떠냐?'고 살짝 유도를 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네 명을 제외하고는 전부 '엄마'를 선택했더군요. 정말 우리 꼬물이들은 백짓장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살짝 유도했는데도 모두 이끌려 오니까 말입니다. 새삼 아이들 앞에서 말조심, 행동 조심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쨌든 이런 과정을 거쳐 글을 썼는데 글을 읽으면서 참고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쓴 글을 '글'이 아니라 '말'로 받아들여주시라는 것입니다. 즉 '표현'으로 받아들여야지 '글'을 잘 썼네, 못 썼네라는 기준을 가지고 읽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생각이나 의사를 끄집어내는 데는 말이 최고이지요. 말로 표현하는 것은 너무나 쉽고 익숙합니다. 또 말을 문자로 옮긴 글도 좋은 표현 방법입니다. 하지만 글로 표현하려면 문자라는 '기호'를 알아야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개인차가 있지만 전체로 봤을 때 아직 우리 2학년들은 말로도 표현이 능숙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문자(글)로 표현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겠지요. 그래서 지난 주에 한 이틀 정도 문자 표현이 서투른 아이들을 한 명씩 따로 만나 말을 들으며 문자로 옮기는 일을 대신 해주었습니다. 대략 반수 정도의 아이들 글이 이렇게 해서 나왔습니다.
반수 정도가 문자를 모른다는 뜻이 아니고 말로는 어느 정도 하는데 그 말을 문자로 옮기는 건 주저하거나 서투르기 때문에 받아적어주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아이들 글을 '글'로 보지 말고 '말'로, '표현'으로 봐달라는 것입니다.
내용이 많아서 이 글에서는 절반 정도만 소개하고 다음 글에서 나머지 절반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엄마]
우리 엄마는 머리가 길고 겉모습이 예쁩니다. 화장을 안 해도 예쁩니다. 키는 조금 작고 엄마가 좋아하는 구두를 신으면 커집니다. 옷차림은 티셔츠, 바지를 입습니다.
엄마는 스테이크 요리를 잘 합니다. 요리사 보다 더 잘 합니다. 뷔페에 갔을 때 요리사가 한 스테이크 보다 엄마가 한 스테이크가 더 맛있습니다.
엄마는 공부를 잘 합니다. 집에서 내 공부를 가르쳐줍니다. 또 청소도 잘 하고 동생도 잘 봅니다.
엄마는 밥을 잘 먹습니다. 반찬이랑 국을 남기지 않고 먹습니다.
고칠 점은 화를 안 내기입니다. (강진우)
우리 엄마의 겉모습은 눈이 예쁩니다. 눈이 크고 쌍커플이 있어서입니다. 키는 큽니다. 구두를 신으면 더 커 보입니다.
잘 하는 것은 놀아주기입니다. 대학원 갔다 와서 숨바꼭질 하고 놀아줍니다.
좋은 점은 친절하고 나를 사랑합니다. 다칠 때 '아파?'라고 말해줍니다.
습관은 하루에 책을 많이 읽습니다.
고쳐야 할 점은 동생과 장난을 치면 나만 혼냅니다. (권도은)
우리 엄마 겉모습은 키가 보통이다. 누나가 따라잡으려고 한다. 그런데 키는 작아보이는데 다리가 길어보인다.
취미는 요리인데 볶음밥 요리를 잘 한다. 그 중에서 김치볶음밥을 잘 만든다. 그리고 아무거나 잘 만든다. 완전 요리사같다.
엄마의 좋은 점은 밥을 잘 먹는다. 반찬이랑 밥이랑 같이 먹어서 쓱싹쓱싹 다 먹어버린다. 또 나한테 잘 해준다. 다칠 때는 걱정해주고 간식도 많이 사준다. 어떤 때는 100만원 모아서 만원어치 사준 적도 있다.
고칠 점은 내가 말 안 듣고 공부 못했을 때 화를 낸다. (김민재)
우리 엄마는 옷차림이 예쁘고 생김새는 머리도 갈색이고 겉모습은 예쁩니다.
습관은 잠자기입니다. 낮에 오후 5시에 쇼파 위에서 차렷자세로 잡니다.
잘 하는 것은 요리입니다. 제일 맛있는 것은 닭도리탕입니다. 어제 저녁에도 먹었습니다. 오늘 저녁에는 아빠가 해줍니다. 엄마가 한 것 보다 아빠가 한 게 더 맛있습니다. 계란찜은 엄마가 더 맛있습니다. 좋은 점은 나를 키워주신 것입니다. (이준민)
엄마는 겉모습은 키가 작고 구두를 신으면 키가 커집니다.
엄마가 잘 하는 것은 요리입니다. 전, 해물찜, 과자만들기를 잘 합니다. 그리고 청소를 잘 합니다. 집에서 자주 하는 것은 청소입니다. 청소기를 돌리고 설거지를 합니다. 그리고 물건들을 제자리에 둡니다.
좋은 점은 칭찬을 자주 해줍니다. 내가 공부하면 '잘 했어요.'라고 합니다. 엄마 대신 청소해주면 '고마워.'라고 합니다.
고칠 점은 잔소리입니다. 내가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공부 해!'라고 합니다. (박준현)
우리 엄마는 머리가 길어서 많이 예쁩니다.
엄마는 요리를 잘 합니다. 요리는 카레를 제일 잘 만듭니다.
엄마는 혼을 많이 안 냅니다. 그래서 착합니다.
엄마는 오자마자 청소를 하고 게임을 합니다. 며칠 전부터 에브리타운을 받아합니다.
엄마는 많이 자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박준하)
우리 엄마는 눈이 크고 머리는 갈색이고 키는 보통이고 옷차림은 반짝이는 옷을 입는다.
우리 엄마 취미는 요리하는 거다. 샐러드 맛은 달콤하다.
좋은 점은 사달라는 것을 다 사준다. 성격은 숙제를 안 할 때 화를 낸다.
고칠 점은 휴대폰을 많이 하는 거다. 거의 동생이 자면 한 시간 정도 한다. 어떨 때는 동생이 일어나도 30분 정도 한다. (민지영)
우리 엄마는 키가 크고 옷차림이 예쁘다. 매일 일 하러 가서 예쁜 옷을 입는다.
엄마는 요리를 잘 한다. 엄마가 닭도리탕을 잘 만든다. 내가 해달라고 하면 매일 만들어준다.
좋은 점은 우리 옷을 잘 산다. 고칠 점은 내가 내 동생이랑 싸울 때 화를 낸다.
취미는 운동이다. 서어지공원에서 운동을 매일 아침에 한다. 금송 이모랑 매일 가서 운동한다. 한 번씩은 금병공원에서 한다. (박세은)
우리 엄마는 키가 큽니다. 그리고 눈썹이 진합니다.
우리 엄마는 요리를 잘 합니다. 깻잎을 잘 담고 생선요리를 잘 합니다.
좋은 점은 나한테 맛있는 거를 많이 사 줍니다. 집에 있을 때 맛있는 것도 많이 만들어 줍니다.
우리 엄마는 일을 많이 합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합니다.
고칠 점은 내가 형, 동생과 싸울 때 혼냅니다.(김종원)
엄마의 겉모습은 눈이 꽃처럼 예쁩니다. 사람들이 갖고 있는 눈 보다 커서 더 예쁩니다.
엄마의 습관은 맨날 운동하십니다. 매일 아침에 걸어다니면서 아파트를 돕니다.
잘 하는 거는 실뜨기 인형, 치마 만드는 겁니다. 우리 엄마는 바느질을 잘 합니다.
좋은 점은 내가 모르를 거를 가르쳐주는 겁니다. 수학을 모르면 수학을 가르쳐줍니다.
안 좋은 점은 내가 정리를 안 하면 화를 냅니다. 동생하고 싸우면 동생하고 둘이서 해결하라고 합니다. (안재웅)
엄마는 키는 보통이고 머리카락은 단발이다. 그리고 앞머리를 올렸다.
엄마는 종이접기를 잘 한다. 종이접기로 동물이나 물건을 잘 만든다.
엄마는 많이 놀게해준다. 놀고 나서 공부도 엄마랑 같이 한다.
엄마는 잔소리를 잘 한다. 내가 쉬운 걸 틀릴 때 '이런 걸 틀렸나!' 이렇게 한다. 내가 엄마가 무서워서 말 안할 때 '손 내!'라고 하면서 회초리를 든다.
엄마는 쉬는 날일만 한다. 나랑 동생이랑 같이 놀아주면 좋겠다. (백지혜)
우리 엄마는 키가 큰 편이고 구두를 신으면 더 커 보입니다. 눈이 크고 쌍커플이 있어서 예뻐요.
잘 하는 것은 요리는 식당에서 먹는 것 보다 엄마가 해주는 게 더 맛있습니다. 엄마가 제일 맛있게 만드는 것은 김치찌개를 잘 만들어요.
습관은 엄마가 시장갈 때 휴대폰을 맨날 잊어버립니다.
좋은 점은 엄마가 이번 시험 수학과 국어를 못 쳤는데 엄마가 더 공부하면 된다고 말하고 다음 시험에 더 잘 치면 된다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송희은)
우리 엄마는 키가 큽니다. 엄마는 일어나면 세수를 합니다. 세수를 하면 눈이 잘 보인다고 합니다.
언니, 나, 동생, 아빠가 집에서 나가면 엄마는 청소를 합니다. 엄마는 김치볶음밥을 잘 하고 옷을 잘 갭니다. 엄마는 배드민턴을 하면서 잘 놀아줍니다. 엄마는 수학 공부를 가르쳐주고 친구랑 놀고 온다고 하면 허락을 바로 해주십니다. 내가 사 달라는 것은 다 사줍니다.
엄마는 내한테 심부름을 시킵니다. 언니 동생도 있는데 나만 시킵니다. (조정민)
우리 엄마는 겉모습이 머리를 풀고 모자를 쓰면 정말 예쁩니다. 또 옷차림은 항상 모자를 쓰고 다니는 거고 생김새는 예쁘고 얼굴에 여드름이 조금 있습니다.
습관은 밤이나 낮이나 항상 목욕을 합니다. 취미는 노래를 잘 부릅니다.
잘 하는 것은 요리를 잘 하고 또 옷 정리를 잘 하고 또 손님 대접을 잘 합니다.
좋은 점은 나하테 과자를 1~2개 쯤 사 주고 또 나를 보러 올 때면 가끔 어딜 데려다주고 놀러갑니다. 나에게 옷을 한 번씩 사줍니다.
고칠 점은 엄마는 전화를 바쁘다고 안 받아서 잘 우리를 안 보니까 좀 전화 안 받는 걸 고쳤으면 좋겠습니다. (남정민)
우리 엄마는 머리카락은 길고 키는 보통사람 키입니다. 옷차림은 같을 때도 있고 다를 때도 있습니다.
취미는 청소하기입니다. 그리고 잘 하는 것은 요리입니다. 그 중에서 스파케티를 잘 만듭니다. 음식을 먹으면 아주 맛있습니다. 음식점에서 먹는 것보다 엄마가 만든 것이 더 맛있습니다.
좋은 점은 엄마는 항상 내가 좋아하는 과일을 사 주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많이 사줍니다. 그리고 공부도 잘 시켜줍니다. 그래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물건과 장난감도 많이 사줍니다.
고칠 점은 없습니다. (김명신)
제 엄마는 머리가 단발머리입니다. 그리고 밑에는 조금 파마가 되어있습니다. 또 입술에는 매일 빨강색 립스틱이 발라져 있습니다. 키는 조금 작은 편입니다. 옷차림은 거의 원피스를 많이 입습니다.
습관은 매일마다 머리를 감고 안 감으면 머리가 떡칠이 돼서 안 된다고 말씀하십니다. 취미는 공부입니다. 그래서 매일 바쁩니다.
잘 하는 것은 여러 과목 공부, 컴퓨터입니다. 엄마가 타자 치는 걸 보면 아주 멋집니다.
좋은 점은 엄마가 모르는 것이 있으면 자세하고 친절하게 가르쳐줍니다. 단점은 평일에는 엄마가 바빠서 잘 못 놀아주는데 주말에도 피곤하다고 잘 못 놀아주는 것을 고치면 좋겠습니다. (강민채)
우리 엄마의 머리 모양은 짧고 웨이브가 있습니다. 안경을 쓰고 검정색 옷을 많이 입습니다. 코가 오똑해서 예쁩니다.
잘 하는 것은 미용입니다. 엄마는 머리모양을 예쁘게 바꾸어줍니다. 가발에 파마를 하고 머리를 자른 것을 보면 아주 예쁩니다.
좋은 점은 우리 엄마는 미용사가 되기 위해 미용 공부를 합니다. 그래서 좋습니다.
우리 엄마의 습관은 일어나자 마자 머리를 피고웨이브를 해요.
우리 엄마의 직업은 미용입니다. 그래서 미용사가 되기 위해 미용학원을 다녀요. (이다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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