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6개월째...아직도 어딘가 모자라고 어리둥절한 생활...그러나 제법 익숙하기도 한 생활...
결혼하고 난 뒤 예전 같으면 나혼자 꾸려나갔을 시간들(예를 들어 저녁, 밤시간)을 마누라와의 공동 시간 속에 할애해야 하는 현실에 조금은 어리둥절해했고, 나의 발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되는 시간들인데 그걸 잃어버린다는 느낌도 받았다.
그러나 결혼생활은 어짜피 이런 현실을 감내하는 전제 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고, 공동의 발전이 곧 서로의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평범한 진리. 이것이 6개월이 지난 지금에야 머리 속에서, 행동에서 정리되고 있다.
서로 바쁘게 살다 보니 정작 저녁시간이 되어도 일상의 일을 하다 보면 지속적으로 대화를 이어나가기 힘든데 요즘은 틈나는대로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서로의 간격을 좁히는 노력을 하고 있다.
내가 글을 보내는 시간은 주로 밤늦은 시간. 아내가 일찍 잠이 들면 깊은밤에 예전 총각 시절의 밤을 생각하며 컴퓨터를 켜놓고 반쯤 상념에 빠진채 글을 보낸다.
아내가 메일을 쓰는 시간은 주로 오후 5시에서 6시 사이. 일찍 퇴근을 해서 내가 올 때까지의 시간을 이용해서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며 메일을 보낸다.
직접 대화가 가장 좋겠지만 인터넷을 이용하여 간접적인 방법으로 나누는 대화도 직접 대화에서 놓쳐버리는 생각이나 감정을 전달하기에 아주 좋다는 생각을 한다.
이렇게 메일을 주고 받으며 우리는 가끔씩 어긋나기도 하는 두 톱니바퀴의 간격을 좁히고 있다.
우리는 이렇게 결혼 6개월째를 보내고 있다. (2000. 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