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쯤 일어났다. 어제 먹은 삼겹살로 속이 불편하여 알람 없이 눈을 떴다.
얼굴에 물만 찍어 바르고 연지공원으로 나갔다. 그러나 도착하자마자 기대는 접어야했다. 하늘에는 구름과 별이 뒤섞여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구름 양이 많아졌다. 아름다운 연지공원의 야경을 배경으로 새벽하늘을 밝히고 있는 샛별 사진을 찍으려던 생각을 접고 그냥 공원 풍경만 몇 장 찍었다.
새벽에 산이나 공원에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아침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장년층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는 늘 내가 제일 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럴 때는 좀 쑥쓰럽기도 하고 어색한 느낌도 받게된다.
그런데 오늘은 어여쁜 아가씨 세 명이 종종걸음으로 몰려가더니 조금 있다가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아침 운동을 하러 왔다기 보다 어디선가 밤을 새고 무거운 눈꺼풀을 조금이라도 덜어보고자 산책을 나온 듯 하였다. 그들이 돌아가는 모습은 노래자랑을 하다가 땡 소리를 맞고 내려가는 사람처럼 부산했다. 새벽녘 공원분위기에 적응을 못한 탓일까.
6시가 넘어 희꿈하게 밝은 공원을 나서다 보니 새벽에 보이지 않는 젊은이들의 흔적이 여기 저기 드러났다. 곳곳에 소주, 맥주병과 음료수 펫트병, 안주용 오징어, 땅콩, 과자 부스러기가 공원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그들은 밤늦게 공원을 서성이거나 낭만적인 밤 분위기에 취해 끼리끼리 앉아 술과 음료를 마시며 삶과 인생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을 것이다.
같은 장소에서 그들이 남겨놓은 어둠이 채 가시지도 않은 길을 걷고 있는 장년층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들의 흔적들이 새벽 운동을 하러 나온 장년층들의 발길에 채이는 순간 두 종류의 인생은 어떤 만남을 가지고 있는 걸까. (20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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