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책을읽고

다매체 시대의 독서교육

늙은어린왕자 2007. 2. 27. 09:20

다매체 시대의 독서교육에 관하여

 

➊지금까지 내가 잘못 생각해왔던 것은 영상을 비롯한 다매체와 출판매체와의 관계에서 출판매체가 절대 우위를 차지한다는 고정관념이었다. 하지만 출판매체와 다매체는 이니스와 맥루한의 설정처럼 대체관계가 될 수도 있고, 뉴먼의 상보 관계로도 파악할 수 있다는 생각을 별로 해보지 못했던 것 같다.

나는 매체의 욕구가 연령별로 다르다는 브라운의 주장에 조금 강조점을 두고 싶다. 특히 초등학교 어린이 단계에서 문자보다는 시각이나 청각 이미지가 교육활동에 더 효과적이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독서만이 사고력이나 창의력을 발달시킨다는 주장보다는 출판매체를 다양한 정보원 가운데 한 가지로 인식하고 어린이들에게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그러나 정보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독자적인 사고 작용을 촉진하는 기본매체는 단연 독서가 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대부분의 정보가 ‘문자언어’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정보에 대한 이해력은 곧 ‘문자 언어’의 이해력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므로 지속적인 독서가 정보에 대한 이해력을 높인다는 이정춘의 주장에 동의한다.

따라서 어린이들이 손쉽게 책을 접할 수 있고, 책읽기가 즐겁다는 것을 느끼게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영국의 ‘북스타트 운동’이나 미국의 ‘퍼스트북’ 운동, 일본의 ‘아침독서’ 운동 같은 선진사례를 받아들여 활성화시키는 것이 좋다고 본다. 물론 학교에서 교사들이 어린이들에게 독서에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도 중요한 방안 가운데 하나라고 볼 수 있지만 아무래도 공공도서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고 앞으로 기대하는 역할도 많을 것이라고 본다.

공공도서관은 학교보다 포괄적이고 지속적으로 독서교육을 할 수 있으므로 특색 있고 내용 있는 어린이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하고, 이야기요법과 같이 어린이의 삶과 정신의 건강한 발전에 도움이 되는 서비스의 개발과 더불어 각 도서관마다 어린이 전문사서가 배치가 되면 좋을 것이다. 어린이 전문사서는 대학의 관련 학과와 힘을 모아 추진해 나가면 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어린이들이 쉽게 도서관에 드나들 수 있도록 지역마다 어린이 도서관을 설립(공공도서관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공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➋최근 입시환경의 변화와 독서교육의 열풍에 힘입어 독서를 이용한 이윤추구 행태가 사교육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데 장차 크나큰 사회문제로 대두될 전망이다. 독서 붐이 이는 것은 바람직하나 이것을 상업적 이익으로 연결하는 사회분위기가 정착이 될 경우 일어나는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어린이들이 좋은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기르고, 평생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독서교육이 추구하는 참된 이유가 되어야 하지만 독서를 이용한 사교육에서는 학습 성적을 올리거나 이름 있는 대학을 가기 위한 필수조건으로 제시함으로써 일종의 ‘훈련’ 개념으로 독서의 이미지를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우리 반(6학년)에서도 몇몇 어린이와 대화를 해본 결과 그룹 과외 형식으로 책을 읽고 줄거리 요약하기, 신문기사 읽고 핵심문장 파악하기 따위의 논술을 대비한 독서교육을 받고 있는 어린이가 많았다. 공공도서관이나 관련 학계에서 노력할 점도 많지만 학교에서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할 부분은 아무래도 학교도서관의 정비와 사서교사의 배치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학교 도서관은 형식의 틀을 조금씩 갖추고는 있으나 우량도서의 확충이나 사서교사 등 인력확충이 제대로 되지 않아 행정적인 땜질 수준의 도서관 운영이 주를 이루고 있다. 사서교사가 확보되어 양질의 도서를 채우고 제대로 된 독서교육이 이루어진다면 독서의 사교육화 현상에 대한 반격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교사들은 교과서를 따라가기 급급한 수업방식에 변화를 주어 주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정보를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도서관에 구비된 다양한 자료들을 이용하며 어린이들이 스스로 도서관을 통하여 주제에 접근하는 힘을 길러주어야 한다. 또한 공문으로 내려오는 각종 독서 행사를 지양하고 책과 가까이 할 수 있고, 독서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독서지도 계획을 세워 실천하여야 할 것이다. 또 교사 스스로 독서하는 모습을 보여서 어린이들이 자연스럽게 독서에 한 발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도 필요하겠다. (2006.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