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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독서영역과 독서치료

늙은어린왕자 2007. 2. 27. 09:22

제3의 독서영역과 독서치료

 

얼핏 관련이 없어 보이던 두 주제는 자료를 검토해본 결과 서로 맞닿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저에겐 이 분야의 사전 지식과 이해가 부족했던 것이지요.

김해에 대여섯 명이 모이는 글쓰기회 모임이 있는데 거기서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자신이 하고 있는 독서의 유형은 무엇입니까. 첫째, 각성을 위한 책 읽기 둘째, 지식을 쌓는 책 읽기 셋째, 성숙을 위한 책 읽기 이 셋 가운데 골라보셔요.”

대답은 지식을 쌓는 책 읽기를 한다는 20대 1명을 빼고는 모두 첫째와 셋째에 몰렸습니다. 하지만 대체로 세 가지를 골고루 하게 된다고 합니다. 저도 그 점에서는 마찬가지이긴 한데 흐름을 좀 타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몸이 아프거나 마음이 허전한 기간에는 정신영역을 다룬 책들을 많이 읽게 되고, 학기 중에 교과지도로 고민할 때는 지식을 쌓는 책읽기가 어느 정도 이어지는 경향이 그것입니다.

 

돌이켜 보면 대학 시절에 ‘성숙을 위한 책읽기’를 많이 한 것 같고 많은 도움을 받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 교사가 되어있지만 고등학교 3학년 10월까지만 해도 ‘교대’의 존재에 대하여 생각이 깊지 않았습니다. 제가 목표로 한 진로는 따로 있었고, 모의고사 시험 볼 때마다 집중적으로 지원을 해서 합격 여부를 타진하곤 했지요.

그런데 원서를 쓰기 얼마 전 아버지가 불쑥 학교에 나타나셨지요. 그리곤 담임선생님과 면담을 했습니다. 이튿날 담임선생님은 저를 불러서 교대에 가라고 권유했습니다. 아버지의 주장은 일반대학 시킬 만큼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못하고, 졸업하면 안정적인 직업인이 될 수 있고, 4녀 1남인 저의 가족구성을 보더라도 병역혜택이 주어지는 교대에 가면 부모님 걱정을 덜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여태껏 장래에 관하여 아버지가 한 번도 저에게 언급을 하지 않았기에 저에겐 굉장히 충격이었지만 시골의 형편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아버지의 명을 거역한 적이 없는 저로서는 결국 아버지 희망대로 교대를 지원하였습니다.

이렇게 대학에 가다 보니 대학 생활이 어수선했습니다. 학과공부는 뒷전이고 친구들과 어울려 돌아다니기 바빴지요. 대학입시 공부에서 벗어났다는 ‘자유로움’도 한 몫 했을거라고 짐작합니다.

그러다가 2학년 올라가서 ‘맥’이라는 교육연구동아리에 가입하면서 방랑생활이 좀 정리된 것 같습니다. 그 동아리는 주로 책을 읽고 토론하는 일을 했는데 책을 통해서 동기나 선후배들과 친해지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았습니다. 무엇보다 한국 교육의 현실 문제를 다룬 책들과 그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던 교수님들, 선생님들의 글을 많이 접하면서 ‘아, 이런 선생님들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들과 같은 좋은 교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굳어졌습니다. (그 때 영향을 주었던 선생님들이 여럿 있는데 이를테면 이오덕, 이상석, 성래운, 김진경, 김정환, 하이타니겐지로, 윤태규, 도종환, ……. 기억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물론 이런 저의 경험이 독서치료의 영역에 포함된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 당시의 저에게는 정신적인 방황을 끝내게 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이 되었기에 언급을 했습니다.

요즘 ‘독서치료’라는 말이 참 귀에 익었습니다. 지나가는 길에 얼핏 눈에 띄곤 하는 ‘독서치료사’라는 단어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정근 교수님이 지적하신 대로 ‘책읽기 자체’에 모든 활동이 녹아들어야 한다는 것, 참여자가 주체로 서서 내면의 변화를 스스로 체험하도록 하는 것이 ‘진정성’의 원리인데, ‘독서논술’ 처럼 독서치료 영역이 상업주의로 변질될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부산 연산도서관이나 남구도서관, 울산 남부도서관의 독서치료 과정을 살펴보니 저도 이런 과정에 참여해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아울러 이런 과정을 안내장 등을 통하여 학부모들에게 알려드리고 싶기도 합니다.

김정근 교수님의 글은 점잖게 이야기하듯 해서 편하게 읽히면서도 내용이 무척이나 알찬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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