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책을읽고

독서의 본질 - 소설처럼

늙은어린왕자 2007. 3. 14. 13:42

‘독서의 본질’이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하는 책

다니엘 페나크 ‘소설처럼’


  이 책은 지난해에 어떤 계기로 한 번 정독한 적이 있다. 당시 책을 읽으면서 내가 막연히 생각해왔던 독서, 독서교육에 관한 상식이 몰상식으로 둔갑하던 경험을 잊을 수 없다.

  이번에 다시 이 책을 접하게 되면서 조금은 여유를 부렸다. ‘작년에 한 번 읽은 책인데 슬슬 보고 느낌을 쓰면 되겠지’ 하고 생각하고 늑장을 부렸는데 책상에 앉아 느낌을 쓰려니 막연한 느낌만 떠오르고 구체적인 단어들이 퍼뜩 나와 주지 않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좋은 책 한 번 더 보자는 심정으로 이틀에 걸쳐 다시 읽게 되었다. 처음 읽기 시작한 곳은 193쪽의 ‘책을 읽지 않을 권리’부터다. 거기부터 끝까지 보고 나니 다시 처음부터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읽어서 앞부분을 다 읽게 되었다. 결론은 다시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다. 두 번 보니 전에는 흘려버렸거나 근성으로 보았던 문장들이 살아서 내게로 다가오는 느낌을 받았다.

  작년에 이 책이 내게 경고를 주었던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그 중 하나는 초등학교 1학년과 유치원에 다니는 우리 두 딸아이에 관한 문제다. 이 아이들에게는 어릴 적부터 이야기 들려주기를 좋아했다. 아이들이 지금보다 더 어릴 때, 3-4살 때에는 주로 내가 아는 이야기나 지어낸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사 온 동화책을 같이 읽곤 했다.

  그런데 큰 아이가 5살 때부터 글을 읽게 된 후 난 좀 안일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이가 글을 읽는다는 것이 신기한 나머지 내 역할을 잊어버리고 책만 아이에게 안기면 된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또 내가 지어내던 이야기의 소재가 고갈되고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아내한테 이야기 들려주기를 미루고 있던 중이었다. ‘소설처럼’은 이런 나의 행동이 아이가 책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첫 발걸음이라는 것을 경고해주었다. 그래서 지난 한 해 동안 의식적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가서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책을 읽어주기를 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어떻게 느꼈는지 모르겠다.

  두 번째 문제는 학교 수업과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읽기’ 시간에(다른 시간도 비슷하지만) 우리는 교과서의 텍스트를 읽는다. 그리고 지도서에 제시된 대로 아이들과 텍스트를 무 자르듯 단락이나 내용별로 분리시켜서 중심 내용을 찾는다든지 요약하기, 연결 관계를 알아보는 공부를 한다. 그리고 내용을 기억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텍스트의 끝부분에 나와 있는 문제를 푼다. 적어도 교과서의 내용은 다루어주어야 교사로서 책임을 다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조금 다르게 접근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예로서 작년에 사회 시간에 시도했던 역사이야기 읽어주기 같은 것이다. 책 한 권을 읽어주었다. 반응이 좋았다. 읽기도 교과서의 한정된 텍스트에 집착할 게 아니라 원문을 구해서 같이 읽어보거나 교사가 읽어주는 것도 괜찮겠다 싶다. 이 책에 보여준 것처럼 읽어주기는 고등학생, 대학생에게도 유효한 방법이니까 초등학생들에게는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설처럼’은 부피가 작아서 정겹기도 하지만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듯한 살가운 내용 때문에 머리맡에 두고 늘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즐거움을 위한 독서, 감동을 위한 독서 즉 독서의 본질을 일깨우는 좋은 책이다. (2007. 3.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