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부터 4대강 사업이 시작되었다고 해서 현장을 찾았다. 낙동강 근처를 지나다가 포클레인 같은 중장비들을 간혹 보긴 했지만 자세히 들여다 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일부러 시간을 냈다. 먼저 다음(Daum) 지도에서 캡쳐한 사진이다. 밀양 수산대교 아래 모래톱이다.
사진에서 오른쪽이 하류인 부산쪽이다. 마치 커다란 새 한마리가 낙동강에 부리를 담그고 목을 축이는 장면 같다. 초등학교 1학년 딸에게 이 사진을 보여주었더니
"아빠 새 한마리가 앉아 있어."
라고 잘라 말했다. 그래서 '새 머리모양 모래톱'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밀양이 고향이다 보니 자주는 아니지만 다리 위를 지나가다 이 곳을 바라보면 드넓은 백사장이 해수욕장처럼 펼쳐져 있어서 늘 마음이 푸근했던 곳이다. 강변에는 수많은 비닐하우스들이 낙동강을 젖줄기삼아 농사를 짓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자연을 자연그대로 못보는 사람들에겐 저 모래톱이 그저 개발의 대상일 뿐이었다. 지난 13일 저 곳을 찾았을 때 이미 하류쪽 모래톱은 대부분 해체되어 거대한 산으로 변해 있었다.
수십대의 중장비들이 마치 하이에나가 초식동물을 잡아 뜯어먹듯 모래톱 곳곳을 파헤치고 모래를 실어나르고 있었다. 강변 한 쪽에 쌓여 있는 모래는 거대한 산이 되었다. 새 머리 부분만 파헤친 모래만 해도 아래 사진처럼 산이 되었는데 낙동강 곳곳에서 얼마나 많은 모래가 나올 것이며, 엄청나게 나온 모래를 어떻게 할런지 상상조차 되지 않을 정도다.
낙동강변에서 농사를 짓던 농작물과 비닐하우스들은 대부분 해체되었고, 중장비들이 땅을 골랐는지 기계바퀴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아래 사진은 창원시 대산면 쪽 강변의 모습이다.
현장을 보고오는 길에 가슴이 착찹해짐을 누를 수 없었다. 바닥에 모래가 많이 쌓여 주변 환경에 영향을 미칠 정도라면 당연히 준설을 해야하겠지. 그러나 그럴 때라도 강의 생태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한으로 줄여나가도록 해야한다. 그런데 지금 하는 4대강 사업은 모래를 모조리 준설하여 수심을 확보하고, 수심이 유지되도록 하기 위해 물막이(보)까지 설치한다고 한다.
앞으로 다음(Daum) 지도에서 밀양 수산대교를 검색하면 다음과 같이 바뀔지도 모르겠다. 뽀샵 실력이 안 좋아서 강변에 만들 레저시설 같은 것은 그릴 엄두도 못 냈지만 크게 봐서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해서 그려보았다. 물막이에 막혀 고여 있는 강은 색깔이 전체적으로 비슷하게 될 것 같아서 동일하게 그렸고, 모래톱은 완전히 제거했다. 강변에 있던 비닐하우스들이 완전히 철거되고 복토 및 정리가 되면 저렇게 매끈하게 되겠지.
현장을 찾던 날, 다리위에 갓길이 없다보니 수산에 차를 대놓고 기나긴 다리를 걸어서 갈 수 밖에 없었다. 강으로 불어오는 영하의 바람이 너무나 매서웠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던 손이 얼어붙는 느낌이었다. 우리 아이와 함께 붙여준 '새 머리모양 모래톱'이란 이름, 이제 더 이상 의미가 없겠지. 물이 흘러 모래가 모이고 흩어지며 새 머리가 돌고래로, 물개로, 펭귄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도 부질 없는 짓 같다.
개발론자도, 개발반대론자들도 모두 환경을 위하는 일이라고 한다. 누구 말이 정답인지는 선뜻 말하기 두렵다. 누가 거짓이었는지는 세월이 흘러 역사가 되었을 때 명확히 밝혀지겠지만 그 때는 이미 책임질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다만 무거운 책임을 감당할 후손들에게 말하고 싶다.
"수산다리 밑에 하늘에서 커다란 새 한마리가 낙동강 물 한모금 먹으려고 내려왔던 적이 있었단다. 그 새가 얼마나 컸는지 아니? 학교 운동장보다 큰 머리를 가지고 있었고, 날개를 펼치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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