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0 교실일기

4월 13일 - 절 받는 문

늙은어린왕자 2010. 6. 16. 14:53

4월 13일

절 받는 문


  5교시 시작 무렵, 복도에서 교실로 들어서다가 그만 "쾅!"하고 출입문 문틀에 머리를 받았다. 어찌나 세게 받았던지 머리 위로 별들이 총총하게 떴다. 머리를 만져보니 다행히 살갗이 벗겨지지는 않았다.

  머리를 어루만지고 있으니 아이들이 와서 걱정해주었다.

  "선생님 많이 아파요?"

  "응. 근데 괜찮아." 

  몇몇 아이들은 장난인 줄 알고

   "아픈 척 하지 마세요."

하며 놀렸다.

  평소에도 문틀 높이가 낮은 듯해서 조심하며 다녔다. 그런데 오늘은 무심코 들어오다가 기어이 사고가 난 것이다. 

  통증이 가라앉자마자 긴 자를 들고 가서 문틀 높이를 재어보았다. 복도 바닥에서는 179cm, 문틀 위에서는 175cm였다. 내 키가 180cm여서 이래도 저래도 문은 부딪히게 되어 있었다. 여태껏 많은 교실에서 생활했지만 문틀이 이렇게 낮은 교실은 처음이다.

  당장 컴퓨터로 '머리조심'이라는 글귀를 크게 인쇄했다. 손코팅 해서 가위로 잘라 문틀에 붙였다. 그걸 보더니 용은이가 한마디 했다.

  "에게게? 남자가 그 정도 가지고 문에 붙이고 난리에요?"

  "이 정도라니! 대낮에 또 별 관찰하기 싫어."

  앞문을 붙이고 나니 뒷문도 은근히 걱정됐다. 하지만 괜히 호들갑 떤다는 느낌을 줄 것 같아서 붙이지 않았다.

  수업을 준비하며 아이들에게 말했다.

  "이제부터 이 문한테 절하며 지나야겠다. 고개를 안 숙이니까 막 때리고 혼내서 말야."

  밖으로 나가며 절하고 들어오며 절하는 연습을 하자 아이들이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