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2일
가시 박혔어요
5교시 시작 무렵 정훈이가 울먹이며 왔다.
"손에 가시가 박혔어요."
자세히 보니 왼손 엄지손가락에 시커먼 나무가시가 박혀 있었다. 그래서 얼른 서랍에 있는 수술(?) 도구를 꺼냈다. 바늘과 쪽집게, 손톱깍기가 내 수술도구다. 교실에서는 이런 일이 흔하기 때문에 늘 이런 도구들을 준비해두고 있다. 물론 상처가 심하면 보건실로 보내서 빼고 약을 바르도록 한다.
"어디 보자. 어이구 깊이 박혔네? 이거 수술해야겠다. 손 이리 내."
장난으로 연필 깎는 칼을 내보이며 수술하겠다고 하자 정훈이가 겁먹은 표정을 지으며 달아나려고 했다.
"안할래요."
"아냐. 칼은 안 쓴다. 장난이다. 바늘로 살짝 빼면 돼."
그래도 정훈이가 가까이 오지 않았다. 이 때 찬기가 매실액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수술 잘 하면 이거 한 모금 줄게."
찬기 말이 도움이 되었는지 정훈이가 손을 내밀었다.
"뭐 하다가 찔렸노?"
"바닥 틈에 뭐가 빠졌는데 꺼내려고 하다가요."
이렇게 말을 주고받는 동안 정훈이 손가락을 찔렀던 가시를 무사히 빼냈다. 바늘이 움직일 때 조금 움찔한 것 말고는 잘 참아주었다.
"량희는 울었는데..."
지켜보던 미경이가 말했다. 맞다. 얼마 전에는 량희한테도 이런 일이 있었다. 제법 큰 가시가 찔려서 량희는 울음을 참지 못했다.
이렇게 가시가 많이 박히는 건 우리가 쓰는 교실 바닥이 낡아서다. 이십 년은 된 듯한 낡은 나무 바닥은 표면이 거칠거칠하여서 가시가 잘 일어난다. 맨살이 닿으면 가시가 찔리는 건 일도 아니다.
올 들어 우리 교실 바닥에서 가시에 찔려본 이가 무려 열다섯 명이나 되는 것도 바로 이런 까닭 때문이다. 무조건 조심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학교가 다른 곳으로 이사 갈 예정이라 새로 바닥공사를 하지 않는다고 하니 말이다.
"선생님 완전 의사네요. 의사선생님 책 어디 펼까요?"
경민이가 우스갯소리를 했다.
"그럼, 내가 수술을 얼마나 잘 하는데!"
나도 어깨에 힘을 주며 답했다. 내가 의사라고 불리는 건 좋은데 바늘과 손톱깎이, 족집게를 가지고 수술한다는 걸 진짜 의사선생님들이 알면 난리가 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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