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6일
잃어버린 휴대폰
지난 금요일(4월 24일) 오후 퇴근 무렵에 구완이 어머니한테서 전화가 왔다.
"선생님, 우리 구완이가 휴대폰을 잃어버려서 전화드렸습니다. 새로 산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새 휴대폰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체육시간에 잃어버렸다고 하는데 학원에 전화해도 없네요."
새 휴대폰을 잃어버렸으니 어머니가 속이 얼마나 상하셨을까. 그래서 학교에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찾으러 다녔다. 전화를 걸어보니 신호가 가는 걸로 봐서 아직 배터리는 남아있었다. 교실과 화단, 운동장, 스탠드, 학교 건물 뒤편을 다니면서 벨소리가 나는지 확인해 보았다. 그러나 아쉽게도 소리가 나는 곳은 없었다.
"구완이 어머니, 학교에는 몇 군데 찾아봤는데 보이지 않네요. 서비스업체에 전화해서 위치추적을 해보면 어떨까요?"
내 제안에 구완이 어머니가 알아보니 위치추적은 전화기 판매점에서는 되지 않고 본사에 딸린 지점에서만 할 수 있다고 연락이 왔다. 내일 모레가 휴일이어서 위치추적을 해보려 해도 할 수 없이 지점이 문을 여는 월요일까지 기다려야 했다. 만약 모르는 장소에서 잃어버렸다면 기다리는 사이에 배터리가 떨어져서 영영 못 찾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전화기를 잃어버린 구완이나 어머니 못지않게 나도 마음이 안타까웠다.
불안한 마음으로 주말과 휴일을 보내고 아침에 학교에 오자마자 구완이에게 휴대폰을 찾았는지 물었다. 아쉽게도 구완이 입에서는 '예'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전체 교실에 팝업을 보내서 전화기를 본 사람이 있는지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하며 방송조회를 맞았다.
조회가 끝날 무렵 분실물을 알려주는 시간이었다. 가장 먼저 줄이 달린 휴대폰이 보였다. 그걸 보더니 갑자기 구완이 눈이 둥그레졌다.
"내꺼다!"
확실히 맞냐고 물으니 잃어버린 휴대폰과 똑같다고 했다. 얼른 가서 가져오라고 했더니 싱글벙글 웃으며 내려갔다. 그제야 비로소 '휴~'하며 맺힌 속이 풀리는 한숨이 나왔다.
사실 지난 금요일에 잃어버린 휴대폰을 찾으면서 몇 가지 가능성을 따져봤다. 첫째는 구완이가 잃어버렸을 것이다, 둘째는 친구들이 장난으로 가져가거나 숨겼을 것이다, 셋째는 외계인이 와서 탐을 내고 가져갔을 것이다 이렇게 말이다.
누가 방송실에 갖다 놓았는지 모르지만 일이 이렇게 되고 보니 세 가지 추측이 모두 맞을 수 있겠다 싶었다. 구완이가 잃어버렸다면 누군가 천사 같은 마음으로 주워서 갖다 놓아서 찾은 것이고, 친구들이 장난을 쳤다면 나중에 그 친구가 마음을 고쳐먹고 갖다 놓아서 찾은 것이고, 외계인이 한 짓이라면 우주로 가져가지 않고 만져보기만 하고 놔두었으니 다시 찾게 된 게 아닐까?
천사 같은 어린이인지, 양심을 되찾은 친구인지, 마음씨 착한 외계인인지 모르지만 구완이 휴대폰을 찾게 해줘서 너무나 다행이다. 난 아무래도 외계인이 한 짓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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