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0 교실일기

4월 23일 - 교실지킴이 한별이

늙은어린왕자 2010. 6. 16. 14:59

4월 23일

교실지킴이 한별이


  체육시간만 되면 보이지 않는 사람이 있다. 바로 다리가 불편한 한별이다. 한별이는 지난해에 교통사고로 다친 다리가 아직 낫지 않아 보조기구를 찬다.

  4교시 체육시간을 앞두고 체육복을 갈아입고 교실에 오니 다른 아이들은 모두 운동장으로 나가고 한별이 혼자 창가에 서서 멍하니 운동장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한별아, 교실 잘 지켜."

  체육시간만 되면 선생님은 늘 한별이이게 이렇게 부탁하곤 했다. 그런데 예전 같으면 "예."라고 했을텐데 오늘은 대답이 조금 달랐다.

  "그건 알아요."

  이제 말 안 해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내가 듣기에는 운동장으로 나가고 싶은데 못 나가서 안타까워하는 한별이 마음이 담겨있었다. 

  한편으로는 한별이가 교실에 있으니 내 마음이 든든한 면도 있다. 체육시간에 모두 운동장으로 나가고 나면 교실이 털리는 일이 종종 있지만 올해는 한별이 덕에 그런 일이 한 번도 없었으니까. 체육시간이면 아이들이 물건이나 돈을 내게 맡기기도 하는데 요즘은 책상 서랍에 넣어두고 가도 아무 걱정이 없다.

  제 친구들은 진급하여 모두 4학년인데 다리 때문에 3학년 동생들과 공부하는 한별이가 체육 시간만 되면 얼마나 마음이 아픈지 겪어보지 않은 우리는 알 수 없다. 교실이 털리는 걱정이 없는 것 보다 한별이가 어서 나아서 함께 체육을 하면 좋겠다. 혼자 교실에 남아 창가에 서서 바깥을 바라보는 모습 대신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어다니는 한별이 모습을 빨리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