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3일
감동 먹은 스승의 날 파티
아침에 출근해서 교실로 갔더니 출입문이 꼭꼭 닫혀있었다. 교실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보려고 창문으로 눈을 살짝 댔더니 문을 지키고 있던 아이들이 손바닥으로 가리며 못 보게 했다. 그래서 손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데 동협이랑 여학생 몇몇이 우르르 나오더니 밀어내며 경고했다.
"아홉 시까지 들어오지 마세요!"
이 말에 교실로 가지도 못하고 도서실 앞에서 기다려야 했다. 내게 감추고 싶은 비밀이 뭘까 참 궁금해 하면서 말이다.
"선생님 반에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요."
사서 선생님이 지나가다가 골마루를 서성거리고 있던 나를 보고 말했다.
"무슨 일을 벌이고 있을까요?"
"나중에 가 보면 알아요."
사서 선생님도 살짝 웃음만 지을 뿐 더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아서 궁금증은 더해갔다.
기다리다 시계를 보니 아홉 시까지는 5분 남짓 남았다. 그래서 1층에 내려갔다가 행정실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나오는데 사서 선생님이 내려오며 일러주었다.
"선생님 뭐하세요. 반 아이들이 찾고 있던데요."
얼른 교실로 갔더니 다행히 이번에는 교실 문이 열렸다. 드디어 비밀의 문이 열린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교실로 한 걸음 들어서자 갑자기 머리 위로 폭죽 세 개가 펑펑펑 터졌다. 그리고 오색 종이 줄이 머리와 어깨 위로 내려앉았다.
칠판에는 풍선이 한 줄 가로지르며 붙어 있고, 풍선 위에 '선생님 스승의날 축하드려요' 라는 글귀를 매직으로 써 놓았다. 책상 위에는 롤케잌 두 줄에 꽂은 열 개의 초가 불을 밝히고 있었다. 정말 놀라운 풍경이었다.
"선생님 얼른 촛불 끄세요."
촛불을 보니 마치 내가 생일을 맞은 주인공처럼 느껴졌다. 입 바람을 "훅" 하고 불어 촛불을 끄자 모든 아이들이
"스승의 날 축하드려요."
하고 말해주었다. 고마워서 눈물이 날 뻔 했다. 이어서 몇몇 아이들이 정성스럽게 쓴 편지와 작지만 소중한 선물도 주었다.
6학년들도 준비하기 힘든 일을 어떻게 어린 3학년들이 이렇게 멋지게 준비했을까? 지난주부터 준비한 비밀작전이 바로 이것이었구나 하고 생각하니 너무나 대단하고 대견했다.
게다가 아이들 책상 위에는 개인용 접시와 컵이 하나씩 있고, 과자와 주스까지 담아놓았다. 어른들이 도와주지도 않았는데 하나하나 준비한 걸 보니 놀랍고 또 놀라웠다.
두 달 남짓 함께 생활하며 특별히 잘해준 것도 없는 나한테 스승의 날이라고 이렇게 감동을 느끼게 해준 아이들이 너무 고마웠다. 이 감동을 마음속에 잘 간직했다가 다시 아이들에게 되돌려주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3학년 2반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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