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0 교실일기

5월 14일 - 우리 학교 이야기

늙은어린왕자 2010. 6. 16. 15:24

5월 14일

우리 학교 이야기


  5월 14일은 지금부터 29년 전, 그러니까 1981년에 우리 학교가 문을 연 날이다. 보통 개교기념일이라고 한다. 개교기념일을 맞으면 대개 하루 동안 학교를 쉬며 학교 역사를 새롭게 정리하기도 하고 그 뜻을 되새기기도 한다.

  우리 학교에서는 개교기념일을 맞아 며칠 전부터 '구봉 30년 발자취전' 이라는 주제로 중앙현관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모은 학교사진첩과 졸업앨범도 전시하고, 고장의 옛날 모습이 담긴 사진도 전시해서 우리 학교와 고장의 역사를 알 수 있도록 했다. 며칠 더 전시한다니까 아직 안 가본 사람은 꼭 가서 보면 좋겠다.

  오늘은 개교기념일을 맞아 우리 학교에 관한 이야기를 써볼까 한다.

  '구봉'이라는 학교 이름은 '구지봉'에서 가져온 것이다. 구지봉은 학교 뒤에 있는 작은 산봉우리 이름이다.

  '삼국유사'라는 책을 보면 지금부터 약 이천 년 전에 가락국 사람들이 구지봉에 올라가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춤을 추면서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 그렇지 않으면 구워 먹으리라."

라고 노래했다고 한다.

  무슨 뜻으로 이 노래를 불렀을까? 그 때는 큰 나라도 없고 임금도 없던 시절이다. 그런데 나라가 점점 커져서 나라를 다스릴 임금이 필요했다. 그래서

  "거북아 거북아 우리 임금님을 내놓아라. 그렇지 않으면 구워 먹으리라."

이런 뜻으로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노래가 끝나자 하늘에서 붉은 보자기에 싸인 금빛 그릇이 내려왔는데, 그 속에 들어있던 여섯 개의 황금색 알에서 태어난 사내아이들이 자라서 여섯 가야를 세우고 다스렸다고 한다. 그 중에서 가장 먼저 태어난 사내아이가 우리 고장 금관가야를 다스린 김수로왕이다.

  ‘구봉’이라는 학교 이름은 이런 전설이 깃들어 있는 구지봉에서 나왔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한 가지 더 하도록 하자. 우리 학교가 서 있는 터에 관한 이야기다.

  아주 먼 옛날부터 우리 조상들은 사방에 우리를 지켜주는 신비한 동물이 있다고 여겼다. 동쪽에는 푸른 용이, 서쪽에는 흰 호랑이가, 남쪽에는 봉황이 그리고 북쪽에는 거북이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 학교에서 남쪽을 바라보면 동쪽인 왼쪽에 분성산 줄기가 길게 보인다. 이 산이 바로 푸른 용이다. 오른쪽에는 호랑이 머리처럼 생긴 임호산과 호랑이 등처럼 생긴 경운산이 떡 버티고 서 있다. 이 산들이 바로 흰 호랑이를 나타낸다. 임호산의 '호'는 호랑이를 뜻한다.

  푸른 용(청룡)과 흰 호랑이(백호)가 각각 왼쪽과 오른쪽에서 우리를 지키고 있는 셈이다. 운동회 할 때 청군과 백군으로 나눠서 왼쪽과 오른쪽에 앉아 있는 모습을 상상하면 이해가 쉽다.

  학교에서 남쪽인 정면을 보면 봉황대라는 낮은 산이 보인다. 이곳이 바로 봉황이 커다란 날개를 접고 사뿐히 앉아 있는 곳이다. 그리고 학교 뒤편인 북쪽에는 김수로왕이 가야를 열었던 구지봉이 있다. 이곳이 바로 거북이를 나타내는 곳이다. 구지봉의 '구'는 거북이를 뜻한다.

  그러면 가운데는 무엇일까? 중앙에는 황금빛 용이 있는 곳이다. 사람 가운데 황금빛 옷을 입을 수 있는 사람은 딱 한 사람, 바로 임금님 밖에 없다. 그래서 가운데 지역에는 임금이 있는 궁궐이 선다고 한다.

  우리 학교가 서 있는 곳에서 사방을 보면 마치 임금이 궁궐에서 사방을 둘러보는 것과 똑같다. 한 마디로 우리학교가 서 있는 곳이 바로 궁궐터가 된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알아본 것처럼 우리 학교는 신비로운 전설이 깃든 이름과 다른 학교가 넘볼 수 없는 중요한 곳에 서 있다. 비록 지금은 주변에 큰 새 도시들이 생겨 그 쪽 학교들보다 학생 수도 적고 시설도 낡은 편이지만 그 학교들은 결코 갖지 못하는 전설과 역사를 가지고 있으므로 우리 학교를 소중히 여기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