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8일
민서가 준 웃음
과학 시간에 배추흰나비 애벌레에 관해 공부하고 있는데 민서가
"선생님! 저 6월 21일에 학교 못올 수도 있어요. 저 여행 가요."
라고 말해서 잠깐 주의를 주었다.
"민서야,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참았다가 이야기해야지. 그런 이야기를 이 시간에 불쑥 이야기하면 우짜노. 쉬는 시간에 해도 되잖아."
민서는 알겠다는 듯 입을 쏙 넣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어딜 가는 지, 왜 가는 지 이야기를 해야 되고 수업 분위기가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좀 미안하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점심시간에 밥 먹고 있는데 민서가 쪼르르 다가왔다. 아까 수업 시간에 못한 말을 하려고 왔구나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선생님, 저 6월 21일에 학교 못 와요. 21일이 월요일이에요."
라고 날짜와 요일까지 분명히 말했다. 민서가 아까부터 얼마나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생각하니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응, 알겠다. 근데 어디가?"
"제주도요. 어쩌면 화요일도 못 올 수 있어요."
"왜?"
"제주도에서 오는 시간이 월요일 저녁이거든요."
"월요일 저녁에 오면 화요일에는 올 수 있겠네?"
"밤에 오니까 피곤하잖아요."
민서 말을 듣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근데 갑자기 제주도에는 왜 간다는 건지 궁금했다.
"제주도까지 왜 가?"
"그 때가 우리 부모님 그거 있잖아요. 개교기념일이거든요."
고개를 끄덕이자 민서는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근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뭔가 잘못 들은 게 있나 싶어서 앞자리에 앉은 용은이한테
"용은아, 민서가 개교기념일이라고 했지?"
하고 물었더니
"네. 개교기념일이라고 했어요."
라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듣고 어찌나 우습던지 한 동안 밥을 넘기지 못했다. 민서가 결혼기념일이라는 말을 퍼뜩 생각하지 못한 것 같았다. 지난주에 개교 30주년 기념 전시회와 체육대회를 했던 것이 민서 마음에 많이 남았던 모양이었다.
용은이 옆에 있던 윤재가
"부모님 결혼기념일 아니에요?"
라고 해서
"그러게 말이야."
하고는 셋이서 한참 웃었다.
민서는 언제나 활력이 넘치고 웃음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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