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9일
조심스런 실내 생활
아침부터 진주로 출장 가는 바람에 학교에 나오지 못했다. 출장 다녀와서 구지초등학교 체육 연수회에 갔더니 옆 반 선생님이 와 있었다. 안 그래도 담임이 없었던 우리 교실이 어땠는지 궁금했던 참이었는데 잘 됐다 싶었다.
"오늘 내가 없어서 선생님이 신경 쓰느라 고생 많았지요? 아이들은 잘 따르던가요?"
"네, 큰 일 없이 생활 잘 했어요."
옆 반 선생님 말을 들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담임님이 출장 가고 없을 때 싸움이 붙거나 교실이 소란스러우면 괜히 다른 반 선생님들에게 미안해지니까 말이다. 역시 우리 반 아이들이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옆 반 선생님이 귓속말로
"쉬는 시간에 교장선생님한테 전화가 왔어요."
라고 해서 느낌이 조금 이상했다.
"왜요?"
"교장선생님이 위에서 쿵쿵거린다고 뭐 하는 지 가 보라고 했어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또 우리 반 아이들이 쿵쿵거리며 뛰어다녔나 싶었지요.
"그래서 가 봤어요?"
"네, 가보니까 쉬는 시간이라서 그냥 살구도 하고 화장실도 가고 별 일 없던데요."
"그럼 다행인데…."
아마 쉬는 시간에 왔다 갔다 하는 소리가 교장실까지 들렸던 모양이었다. 속으로 한숨이 나왔다.
우리 학교는 옛날 건물이라 층간 두께가 얇다. 그래서 위층에서 책걸상을 옮기기만 해도 아래층에서 들으면 소리가 크게 들린다.
이 때문에 교장 선생님이 가장 강조하는 게 바로 실내에서 사뿐사뿐 걷기이다. 그래서 온 학교 선생님들이 실내생활에 신경 쓴다. 특히 우리 반은 교장실 바로 위에 있어서 다른 선생님 보다 두 배 더 신경 써야 한다.
어제 교장실에 들렀을 때 교장선생님이 농담으로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3학년 2반 자꾸 쿵쿵거리면 방 뺀다.”
자꾸 소리가 나면 교실 옮긴다는 말이다. 농담으로 하셨지만 주의하라는 뜻이다.
걸어 다니거나 책걸상을 옮길 때 소리가 나는 것은 할 수 없다. 건물을 허술하게 지은 게 잘못이니까. 하지만 실내에서 뛰는 건 좋지 않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까요. 이건 아파트에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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