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0 교실일기

5월 24일 - 김해의 인물 찾기

늙은어린왕자 2010. 6. 16. 15:27

5월 24일

김해의 인물 찾기


  사회시간에 '우리고장의 자랑스러운 인물'에 관해 공부했다. 지난주에 조사 숙제를 냈지만 제대로 안 된 것 같아 함께 알아보기로 했다.

  "우리 고장에 살았던 사람 중에서 자랑스러운 인물은 누구입니까?"

  질문이 끝나자마자

  "김수로왕요."

하는 대답이 나왔다.

  "노무현 대통령요."

하는 대답도 나왔다.

  마치 과거와 현재를 대표하듯 두 사람 이름이 나란히 나왔다. 두 이름을 칠판에 쓰고 

  "이 두 사람 말고는 생각나는 인물이 없습니까?"

라고 물었더니 한 동안 잠잠했다. 딱히 떠오른 이름이 없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성진이가

  "노무현 대통령은 자살했잖아요?"

하고 말했다. '자살'이 성진이에게는 안 좋게 비쳤던 모양이었다.

  "자살은 했어도 살아계실 때는 우리나라를 이끈 대통령이셨잖니. 그러니 자랑스러운 인물이지."

라고 말하니 성진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노무현 대통령 이야기가 나오자 잠잠하던 교실이 갑자기 바빠졌다. 

  "선생님 저 어제 우리 가족들과 봉하마을에 갔어요."

  "우리는 창원(에서 있었던 추모행사에) 갔는데."

  "저는 노무현 뺏지 달고 왔어요."

  마침 어제가 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기라서 봉하마을과 창원, 부산에서 추모행사가 있었다. 우리 교실에도 그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흐르는 듯해서 노무현 대통령 이야기를 끊고 고장의 인물 찾기를 계속 했다. 하지만 아이들 입에서 나온 인물은 김수로왕의 부인이었던 허황옥 뿐이었다. 김해에 이렇게 인물이 없나 싶었다.

  잠시 뜸한 틈에 몇몇 개구쟁이들이

  "이순신 장군요."

  "세종대왕요."

하고 장난스럽게 발표를 하기도 했다.

  결국 인터넷에 들어가 찾아본 결과 임진왜란 때 김해를 지키다가 순국한 사충신(김득기, 송빈, 유식, 이대형)과 김해출신 한글학자 허웅(1918~2004) 선생을 찾을 수 있었다.

  여태껏 찾은 이름을 칠판에 써놓고 보니 왠지 초라한 느낌이 들었다. 유명한 연예인이나 운동선수가 있었으면 수업이 더 활발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이 사람들 중에 마음에 드는 사람에 관해 각자 더 조사하기로 했다.

  숙제를 내기만 하다가 직접 찾아보니 아이들이 얼마나 어렵게 숙제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무심코 던지는 숙제인데 아이들에게는 무거운 짐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앞으로는 숙제를 낼 때 좀 더 신중해야겠고 숙제를 잘 해온 아이들에게는 칭찬을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이날 저녁에 인터넷에서 김해출신 영화배우 송강호를 찾아서 이튿날 아이들에게 일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