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0 교실일기

5월 28일 - 티볼 경기

늙은어린왕자 2010. 6. 16. 15:34

5월 28일

티볼 경기


  체육시간에 처음으로 티볼 경기를 했다. 티볼은 야구와 비슷하다. 경기장 모양이나 경기 방법, 규칙 모두 비슷하다. 다른 점이라면  던지는 사람 없이 고무막대 위에 공을 얹어놓고 치는 것이다. 또 공이 압축한 스펀지 같고 고무방방이를 쓰기 때문에 안전하다.

  우선 청군 백군으로 편을 갈랐다. 경기 규칙을 설명하자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다는 표정들이었다. 갖가지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1루가 뭐에요?"

  "어디로 뛰어가요?"

  "공을 잡으면 어디로 던져요?"

  야구를 할 줄 아는 아이는 수민이와 찬기 뿐이었다. 더 설명하는 것 보다 직접 해보며 배우는 게 낫겠다 싶어서 일단 경기를 시작했다.

  경기를 하면서 방망이 잡는 법, 공 치는 법, 공을 치고 나서 해야 할 일, 수비가 공을 잡아서 던져야 할 곳을 일일이 말해주었다. 또 파울인 경우, 아웃인 경우, 공격과 수비를 바꾸어야 하는 경우, 점수가 나는 경우를 하나하나 짚어주었다. 이 모든 것이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경기는 재미있게 진행되었다. 청군이 앞서다가 백군이 동점을 만들고, 백군이 역전시키자 또 청군이 역전시키며 아주 재미있었다. 점수가 엎치락뒤치락 하다보니 경기 규칙도 빨리 익혀나갔다. 끝무렵이 되니 자기가 해야 할일을 알고 경기를 해나갔다.

  네 번씩 공격과 수비를 주고받은 결과 11대 8로 청군이 이겼다. 그러나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모든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표정이었다.

  "다음 시간에도 해요."

  "내일 생일잔치 마치고 이 게임 해요."

  마치고 교실로 들어오는 길에 여학생 몇 명이 따라오며 기어코 내 다짐을 요구했다. 그래서 내일 한 번 더 하자고 답해주었다. 

  한 시간 내내 소리를 질렀더니 목이 아팠다. 그러나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니 아픔도 기쁨이 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