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0 교실일기

6월 23일 - 즉흥극 수업

늙은어린왕자 2010. 6. 25. 11:05

6월 23일 수요일

즉흥극 수업


  듣기*말하기 시간에 이야기 속 인물이 되어 말투나 행동을 흉내 내기 공부를 하였다. 두 가지 방법으로 하였는데 처음에는 각 장면과 관련 있는 소리를 들려주면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되어 소리 분위기에 맞게 행동하도록 하였다. 그 다음에는 장면에 맞는 해설을 들려주면 역시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되어 해설에 맞는 행동을 하도록 했다. 둘 다 즉흥극을 하기에 좋은 활동이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 반 아이들은 즉흥극에 아주 적극적이다. 즉흥극 장면을 만들어놓고 배우를 구하면 너무 많이 신청해서 탈이다. 이럴 때 누구는 시키고 누구는 안 시킬 수 없어서 시간이 없더라도 모두 다 하게 한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첫 장면부터 경쟁이 치열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오늘은 장면이 많아서 신청한 아이들은 모두 할 수 있었다는 거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면 즐겁게 연기하는 동안 저절로 공부가 된다. 물론 나도 말로 할 때보다 힘이 적게 든다.

  남학생 중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이는 찬기와 동협이, 구완이다. 특히 구완이와 동협이는 다른 아이들이 할 때도 옆에서 연기를 한다. 들어가라고 해도 막무가내로 덤비니 옆에서 뒹굴든 말든 그냥 즐기면서 본다. 이 둘은 몸짓연기, 표정연기가 아주 좋다. 시현이, 성진이, 수민이도 늘 해보고 싶어서 손을 든다.

  그런데 오늘은 한별이와 정훈이가 새로 뛰어들었다. 이 아이들은 예전에는 얌전히 있는 편이었는데 오늘은 달랐다. 한별이는 몸으로, 정훈이는 사투리로 아주 실감나게 연기를 했다. 태현이와 민석이는 손 들고 나서지는 않지만 시켜주면 잘 한다.

  여학생들 중에는 수인이, 민서, 은서, 미경이, 경민이는 안 시켜주면 병이 날 아이들이고 윤재, 용은이, 가연이, 규리, 량희, 현수도 차분하게 연기를 잘 한다. 경희, 수지, 예진이, 진하, 혜민이는 손을 들고 나서지는 않지만 자기 역할이 주어졌을 때 잘 해낸다.

  즉흥극이라면 이렇게 목을 빼고 서로 하고 싶어 난리인 아이들이 지난 4월 학부모 공개수업 때는 왜 아무도 안 하려고 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 엄마가 보니까 부끄러워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오히려 이렇게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면 엄마가 더 좋아했을 것 같은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