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0 교실일기

6월 25일 - 독서 감상문 제목 정하기

늙은어린왕자 2010. 6. 25. 11:07

6월 25일 금 장마구름이 하늘을 뒤덮다

독서 감상문 제목 정하기


  1교시 쓰기 시간에 독서 감상문에 들어갈 내용, 쓰는 방법을 공부했다. ‘<플랜더스의 개>를 읽고’라는 예시 글을 읽고 이야기를 읽게 된 까닭, 재미있거나 감동받은 부분, 생각이나 느낌을 나타낸 부분, 자신의 경험을 나타낸 부분을 찾아보았다. 찾아본 내용은 모두 독서 감상문에 들어갈 내용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다음은 제목 정하기 순서다. 교과서에는 책 제목을 이용하여, 주인공이나 등장인물의 성격을 생각하며, 재미있거나 감동받은 부분을 떠올리며 이렇게 세 가지 형태를 제시하고 있다.

  책 제목을 이용하여 정하기는 ‘<플랜더스의 개>를 읽고’라는 제목이 제시되어 있어서 넘어갔다. 다음은 주인공이나 등장인물의 성격을 생각하며 제목을 정하기이다. 발표를 시켰더니 시현이가 ‘착한 네로’를, 경민이가 ‘단짝 파트라셰’를 말해서 둘을 합쳐 ‘착한 네로와 단짝 파트라셰’로 만들었다. 그럴듯한 제목이 되었다. 민서가 ‘마음 착한 네로와 단짝 파트라셰’로 하고 싶다고 해서 그렇게 하라고 했다.

  재미있거나 감동받은 부분을 떠올리며 제목을 정해보자고 했더니 규리가 ‘자기 일을 척척 하는 어른스런 네로’를, 미경이가 ‘가난하지만 착한 마음을 가진 네로’를 발표했다. 모두 좋은 제목이다.

  지금까지 알아본 여러 제목들 가운데 하나를 쓰면 독서 감상문의 제목이 된다고 일러두었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말해주고 싶은 게 있었다. 독서 감상문 제목은 정답이 없다고 할 수 있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기준을 아이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지금까지 독서 감상문 제목 정하는 방법을 알아보았습니다. 그런데 내 생각에는 책 제목만 덜렁 써놓는 것보다는 자신의 생각이 들어간 제목이면 더 좋겠습니다. 점수로 말하면 책 제목만 써놓은 제목은 삼십 점정도, 주인공이나 등장인물의 성격을 생각하며 정한 제목 또는 재미있거나 감동받은 부분을 떠올리며 정한 제목은 칠십 점정도 주고 싶어요.”

  내 말을 골똘히 듣던 아이들이 물었다.

  “그럼 백 점은 뭐에요?”

  굳이 백 점까지 계산하며 제목을 정할 필요가 없었지만 아이들이 물어서 대답했다.

  “백 점은 칠십 점짜리 제목 아래에 삼십 점짜리 제목을 함께 써 놓으면 되겠네요. 예를 들면 이렇게요.”

  이렇게 말하며 아이들이 발표했던 제목 가운데 하나를 골라 칠판에 썼다.

  

    착한 네로와 단짝 파트라셰

     -<플란더스의 개>를 읽고-   


  “어때요? 책 제목만 써놓는 것 보다 훨씬 좋은 제목이 되었지요?”

  내 말에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업을 마치고 칠판을 지우려는데 태현이가 물었다.

  “선생님, 그럼 세 가지 다 써놓으면 점수가 더 높아요?”

  태현이는 칠십 점짜리 두 개에 삼십 점짜리 하나면 점수가 더 높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설명하기가 좀 까다로웠다.

  “아냐, 위에 있는 거 두 개 중에서 하나만 써도 돼. 네가 쓰고 싶은 것으로 쓰면 돼.”

  태현이는 알듯 모를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에게 민감한 점수로 설명했더니 이런 일이 생겼다.

  삼 학년들에게 굳이 점수까지 들먹이며 독서 감상문 제목 정하기 지도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데는 논란이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내 경험으로는 이 때 좋은 제목에 관해 생각해보지 않으면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책 제목만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꼭 필요한 지도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