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0 교실일기

6월 19일 - 화요일의 매력

늙은어린왕자 2010. 6. 21. 01:13

6월 19일

화요일의 매력

 

  ‘선생님과 점심 먹기’조를 짰다. 급식시간에 아이들과 골고루 만나서 밥을 먹기 위해서다. 지금까지도 아이들과 함께 밥을 먹었지만 순서를 정해놓지 않고 줄을 서다 보니 몇몇 아이는 자주 같이 먹었는데 어떤 아이는 한 번도 그러지 못했다. 조를 짜놓으면 좋든 싫든 일주일에 한 번은 같이 먹게 된다. 까닭을 설명했더니 아이들이 대부분 찬성했다.

  신청을 받아보니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 다른 날은 문제없이 넘어가는데 화요일만 경쟁이 치열했다. 다섯 명 정원에 무려 열 명이 신청했다. 화요일 날만 특별한 음식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어떤 매력이 있었을까. 퍼뜩 이해가 되지 않았다.

  특이한 점은 화요일에 신청한 아이들이 대부분 나와 자주 같이 밥 먹었던 아이들이었다. 그것도 태현이를 빼면 모두 여학생들이었다. 그런데 얘들이 서로 떨어지기 싫어서 한꺼번에 화요일을 신청한 것도 아니었다. 왜냐하면 목요일이 비어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섯 명씩 나눠서 화요일과 목요일에 들어가라고 해도 모두 화요일을 고집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만 화요일에 들어가도록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화요일이 인기 있었던 까닭은 다름이 아니라 그 날만 6교시가 든 날이기 때문이었다. 아이들 말로는 화요일은 점심 먹고 한 시간 더 수업이 있어서 여유 있게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다른 날은 급식 먹자마자 바로 가방 챙겨서 집이나 학원에 가기 바쁘다고 했다. 여유 있게 점심을 먹을 수 있는 날 ‘선생님’과 함께 밥 먹으면 좋다는 게 이유였다.

  화요일이 인기 있었던 까닭을 알고 나니 새삼 아이들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별 생각 없이 다섯 조로 나눠 넣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은 요일별 특징까지 알고 신청을 했기 때문이었다.

  ‘선생님과 점심 먹기’를 하면 아이들의 식습관도 알 수 있고 평소에 이야기를 많이 못 나눈 아이들과는 다정한 이야기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나는 싫어해도 아이들은 좋아하는 음식을 나눠줄 수도 있고, 나는 좋아해도 아이들은 싫어하는 음식을 먹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당장 월요일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