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0 교실일기

6월 28일 - 즐겁고 행복한 수업이 되려면

늙은어린왕자 2010. 6. 28. 18:35

6월 28일 월 장마구름이 하늘에 가득하다

즐겁고 행복한 수업이 되려면


  “됐다.”

  “그만.”

  “입 다물어라.”

  수업하는 모습을 비디오로 찍어보지는 않았지만 내가 수업할 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바로 이런 말이지 싶다. 모두 열심히 말하고 있는 아이에게 그만 말하라고 보내는 신호다.

  수업시간에 참여하는 정도, 말이 많은 정도 이 두 가지 기준으로 보면 아이들은 크게 네 부류로 나뉜다. 적극 참여하며 말 많은 아이, 적극 참여하지만 차분한 아이, 차분하지만 참여가 부족한 아이, 말 많고 참여가 부족한 아이가 그것이다.

  내가 자주 하는 말들이 겉으로 보기에는 같은 말이지만 이 말들은 조금 다른 장면에서 쓴다. ‘됐다’와 ‘그만’은 적극 참여하며 말 많은 아이들에게 주로 던지는 말이다.

  수업을 하다보면 내 이야기를 들으며 자기 생각을 말하고 싶어서 못 견디는 아이들이 몇 명 있다. 이 아이들은 말하고 싶은 충동을 못 이겨서 내 말에 끼어들기도 하고 가로채기도 한다. 손을 들어서 말할 때도 있지만 시키지 않아도 일단 말부터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이 아이들 말을 듣다 보면 수업 흐름이 끊기기도 하고 때로는 다른 방향으로도 흘러간다. 또 이 아이들 말이 주의집중을 흩트려 다른 아이들이 떠들 빌미가 되기도 해서 수업에 걸림돌이 될 때가 많다. 그래서 미안한 마음을 가지면서도 수업을 위해서 ‘됐다’ 또는 ‘그만’이라는 신호를 보내게 된다.

  그래도 이런 경우는 선생님 말씀을 귀담아 듣고 수업에 적극 참여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여서 낫다. 안 좋은 것은 바로 ‘입 다물어라’는 말이 나올 때다. 이 말은 수업과 관계없이 떠드는 아이들(말 많고 참여가 부족한 아이)이게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우리 반에는 위에서 말한 네 부류의 아이들이 골고루 있다. 이 가운데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경우는 바로 ‘말 많고 참여가 부족한 아이’가 많이 눈에 띌 때다. 아마 이런 아이는 교사라면 누구나 싫어하고 통제하고 싶을 것이다. 가장 좋은 경우는 ‘차분하게 적극 참여하는 아이’가 많을 때다. 이럴 때는 수업을 해도 힘이 적게 들고 신이 난다.

  내 경험으로 보면 이 네 부류의 아이들을 모두 수업에 잘 참여하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아이들 모두를 차분하면서도 적극 참여하도록 하는 방법이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교사가 수업을 멋지게 준비하는 것이다. 아이들의 관심을 모으는 자료를 준비하고 짜임새 있고 즐거운 수업이 되도록 하면 된다. 야구 경기에 비유하면 타자가 홈런을 치는 것으로 보면 된다.

  하지만 타자가 자주 홈런을 치기 어렵듯 교사도 날마다 멋진 수업을 준비하기란 사실 힘들다. 그래서 늘 아이들이 차분하게 참여하면 좋겠다고 기대한다. ‘됐다’, ‘그만’, ‘입 다물어라’는 잔소리는 이런 교사의 하소연이라고 보면 된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교사는 늘 좋은 수업을 하려고 노력하고, 아이들은 차분하면서도 적극 수업에 참여하면 된다. 이 둘이 사이좋게 어울리면 교실에는 잔소리 대신 즐거움과 행복이 가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