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7일 토요일 아침에 비가 내림
에프킬라 사건
아침에 교실로 들어가니 아이들이 난리였다. 수인이가 나팔꽃에 에프킬라를 뿌렸다는 것이다. 특히 나팔꽃 가까이 있던 은서는 냄새가 많이 났던지 표정이 가장 많이 일그러져 있었다. 아이들은 수인이가 이상한 행동을 했다고 몰아붙이고 있었다. 뭔가 오해가 있는 듯해서 물어보았다.
“수인아, 에프킬라 왜 가져왔노?”
“쓰레기봉지에 날파리가 많아서 죽이려고요.”
수인이가 가방에서 에프킬라 통을 보여주며 말했다. 그러자 아이들이 또 비명을 질렀다.
“그럼 나팔꽃에는 왜 뿌렸노?”
“나팔꽃에 이상한 벌레가 있어서요.”
더 물어보지 않아도 어떻게 된 일인지 훤히 보였다. 수인이는 교실에 있는 벌레를 잡으려고 일부러 준비해서 뿌린 건데 아이들은 그 냄새가 싫었던 것이다.
“얘들아. 수인이가 나쁜 짓 하려고 들고 온 것도 아닌데 너무 그러지 마라. 내가 보기에는 쓰레기봉지에 날파리가 있어서 에프킬라를 들고 온 수인이가 오히려 대단하게 보인다.”
이러니 아무 말이 없었다. 이어서 한 고삐 더 잡으며 말했다.
“그리고 쓰레기봉지에 왜 날파리가 있는 지 알아? 너희들이 달콤한 음식을 먹다가 버려놓으니까 그거 먹으려고 오는 거 아이가. 그러니까 이런 일이 없으려면 그런 것부터 버리지 마라.”
아이들 입단속을 해놓고 수인이를 보니 다행히 아무 일 없었다는 표정이었다. 늘 자신 있게 생활하는 수인이가 참 대견해보였다. 그래도 아이들한테 양해를 구하고 뿌렸으면 더 좋았을 텐데 싶었다. 수인이가 이 점은 꼭 기억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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