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9일 월요일 하늘에 구름이 가득하다. 비는 오지 않을 듯.
선생님은 왜 대충 읽어요?
읽기 시간에 마지막 단원에 나오는 독서감상문 몇 편을 읽었다. 아이들이 차례로 돌아가며 조금씩 읽었는데 마지막 부분은 수지가 읽었다.
수지가 읽는 걸 가만히 들어보니 책에 있는 글자와 다르게 읽는 부분이 몇 군데 있었다. 예를 들어 ‘도토리나무가’를 ‘도토리나무를’으로 읽고, ‘떨어진 곳까지’는 ‘떨어져 있는 곳’으로 읽었다. 그 때마다 다시 읽으라고 하니 수지가 고쳐 읽었다.
그렇게 서너 번 고쳐 읽었는데 그만 수지가 울먹였다. 다른 아이들 보기에 부끄러웠던 모양이었다. 앞에 앉은 수인이가 그런 자기를 본다고 버럭 화까지 냈다. 그러는 수지 마음이 이해가 되면서도 짚고 넘어가야겠다고 생각하고 말했다.
“수지야, 글자 몇 개 틀리게 읽었다고 부끄러워하면 안돼. 틀리면 고치면 되는 거지.”
자신은 안 틀렸다는 듯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아이들에게도 말했다.
“너희들도 마찬가지야. 대충 보고 상상해서 읽다가 얼마나 많이 틀려. 시험 칠 때도 문제를 대충 읽고 푸니까 틀리는 문제가 많았잖아. 있는 그대로 보고 읽는 연습이 필요해.”
그러면서 책 읽을 때 가끔은 소리 내어 읽어야 하고 엄마나 아빠한테도 소리 내어 읽어달라고 부탁하라는 둥 잔소리를 늘어놓고 다시 책을 펴면서 말했다.
“자, 빨간 두건 아저씨 다시 펴 보자.”
그러자 바로 아이들한테 공격이 들어왔다.
“선생님은 왜 대충 읽어요?”
“상상하지 말라면서요?”
아차 싶어서 보니 책에는 ‘빨간 두건 아저씨’가 아니라 ‘빨간 두건 아씨께’로 되어 있었다. 아이들한테 딱 걸린 셈이었다.
“거 봐라. 대충 보고 읽으니까 여자인 아씨가 아저씨로 변하제?”
아이들이 웃었다. 농담으로 넘어가주는 아이들을 보며 속으로 ‘휴~’ 한숨을 내쉬었다.
“선생님, ‘아저씨’가 아니라 ‘아씨께’로 다시 읽어보세요. 있는 그대로 읽어야지요. 상상하지 말고요.”
만약 아이들이 이랬다면 그 부끄러움을 어찌 견뎠을까? 그제야 진짜 수지 마음이 이해가 됐다.
수업을 마치고 음악실로 가는 수지를 불렀다. 아직 눈가에 눈물이 젖어 있었다.
“수지야, 아까 왜 울었노? 봐라. 선생님도 실수 하제? 그러니까 틀린 거를 절대 부끄러워하면 안 된다. 진짜 부끄러운 거는 틀렸는데 안 고치고 넘어가는 거야. 그러니까 지금부터 잘해보자.”
수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교실을 나섰다.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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