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일 수요일 구름 조금
글쓰기 공부
글 쓰는 힘을 키우려고 어제 썼던 글 가운데 한 편을 골라 쓰기 시간에 함께 고쳐보았다. 고쳐본 글은 민서가 쓴 ‘쑥떡 만들기’이다. ‘쑥떡 만들기’는 있었던 일을 사실대로 깔끔하게 잘 쓴 글이다.
쉬는 시간에 급히 글을 인쇄해서 복사했다. 또 내가 볼 때 고쳐야 할 점들을 표시한 것은 따로 복사해 두었다. 아이들이 낸 의견과 내 의견을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선 민서가 쓴 글을 나눠주고 함께 읽었다.
2010년 8월 31일 화요일
쑥떡 만들기
강민서
고성에서 쑥떡을 만들기 위해 쑥을 따러갔더니 없어서 아무 잎이나 따서 똑같은 방법은 아니고 비슷한 방법으로 해서 돌로 잎을 찍는데 동생이 물을 부어서 실패했다. 그래서 나는 동생보고
“안 돼, 주영아. 그러면 안 돼.”
라고 하자 동생이 울었다.
나는 모른 체하고 계속 했는데 엄마가
“야! 동생을 울리면 어떻해.”
라고 꾸중을 하셨다. 나는
“흥.”
하며 삐끼자 엄마는 재운다고 들어갔다.
나는 계속 만들었다. 그런데 물을 너무 많이 부어서 물만 계속 나와서 버리고 다시 만드는데 안 잔다고 엄마가 데리고 오셨다. 난 동생에게
“저리가!”
했더니 내 옆에 앉아 이끼로 똑같이 흉내를 내었다.
동생이 미웠다.
글을 다 읽고 민서 마음이 이해되는지 물었더니 대부분 그렇다고 했다. 그래서 경험나누기를 했다. 형제자매 사이에 민서와 비슷한 경험을 했던 아이들 이야기를 들었다. 다섯 명이 발표했는데 그 중에서 동협이와 정훈이 이야기가 민서 글과 흐름이 비슷했다.
“집에서요, 다섯 살짜리 동생이 아빠 담배를 피웠어요. 근데 엄마가 들어와서 동생 안 봤다고 나보고 혼냈어요.”
“제가요, 화장실 갔다 와서 목이 말라 컵에 있는 물을 마셨거든요. 근데 물맛이 이상한 거예요. 아빠가 그걸 보시더니 ‘야가 와이라노? 와 술 먹고 난리고?’ 하면서 동생 안 보고 있다고 형을 막 혼냈어요.”
동협이와 정훈이 이야기에 아이들이 배를 잡고 웃었다. 이렇게 글 속으로 한 걸음 다가간 뒤 글공부로 들어갔다.
먼저 글에서 잘 된 점을 찾아보자고 했다. 곰곰이 생각하던 아이들이 손을 들었다. 수인이 말을 들어보았다.
“말 주머니를 잘 썼고 장면이 실감나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수인이가 했다. 다음은 미경이였다.
“글을 꼼꼼하게 잘 썼어요.”
꼼꼼하게 잘 썼다는 말은 군더더기 없이 장면을 잘 떠올려 썼다는 말이라고 미경이가 덧붙였다. 이것도 잘 찾았다. 수인이와 미경이 말을 듣고 나니 내가 말하고 싶은 내용이 다 나왔다. 이 때 동협이가 손을 들었다.
“글을 맛있게 잘 쓴 거 같아요.”
“맛있게 썼다고? 왜?”
“쑥떡이 맛있잖아요. 쑥떡 이야기니까요.”
엉뚱한 동협이 말에 아이들이 웃었다.
다음은 고칠 점 찾기였다. 글에서 고칠 점이 무엇인지 제목부터 다시 훑어보라고 했다. 먼저 미경이가 말했다.
“엄마가 (동생을) 재운다고 들어간 다음부터 ‘내 동생은 밉다’ 앞까지는 없어도 될 것 같아요.”
자세히 보니 정말 그랬다. 그 부분이 없어도 뜻이 통하고 훨씬 깔끔해졌다. 그러나 있어도 크게 문제가 없지 않겠냐고 내 의견을 전했다. 다음으로 태현이가 발표했다.
“‘삐끼자’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이건 나도 밑줄을 그어놓았는데 태현이가 잘 보았다. ‘삐끼자’는 ‘삐지자’를 뜻하는 사투리이다. 글 쓸 때 사투리는 보통 문장에서는 안 쓰고 말 주머니에서는 살려 쓴다. 이 점을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주었다.
아이들 발표가 계속 이어졌다. 경민이가 손을 들었다.
“누구를 재운다고 했는지 안 나와 있어요.”
그렇구나 싶었다. 급하게 보느라 나는 이걸 못 보았다. 문장을 읽어보면 동생을 재운다는 걸 알지만 글 쓸 때는 또렷이 밝혀주는 것이 좋다. 그러니까 이렇게 되겠다.
엄마는 재운다고 들어갔다. → 엄마는 동생을 재운다고 들어갔다.
아이들 눈이 예리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수인이가 말했다.
“‘물을 너무 많이 부어서 물만 계속 나와서’ 여기가 또렷하지 않아요.”
맞는 말이었다. 이것도 나는 못 보았다. 당연히 동생이 물을 많이 부어서 그렇다고 생각해버렸다. 그런데 다시 읽어보니 민서가 물을 많이 부은 것인지 확실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렇게 고치기로 했다.
그런데 물을 너무 많이 부어서 물만 계속 나와서 → 그런데 아까 동생이 물을 너무 많이 부어서 물만 계속 나왔다.
찬기도 의견을 냈다.
“고성 어디서 일어난 일인지 모르겠어요.”
정말 그랬다. 민서한테 물었더니 할머니 집이었다고 했다. 찬기 의견을 듣고 이 부분도 고쳤다.
고성에서 → 고성 할머니 집에서
미경이가 의견을 한 가지 더 냈다. 아까 경민이가 말한 것과 같은 내용이다. 이것도 다음과 같이 고쳤다.
다시 만드는데 안 잔다고 엄마가 데리고 오셨다. → 다시 만드는데 동생이 안 잔다고 엄마가 데리고 오셨다.
이제 어느 정도 정리가 된 듯했다. 제목과 문장이 긴 곳 두 군데는 따로 복사해놓은 종이에 표시해놓았다. 마무리하는 뜻에서 아이들에게 말했다.
“글 고치는 건 절대 부끄러워하면 안 됩니다.”
이 말에 아이들 눈이 동그래졌다.
“왜요?”
“여러분이 읽는 동화나 전기를 쓰는 사람들도 글을 써놓고 수십 번씩 고칩니다. 고치고 읽고 또 고치고 그렇게 합니다. 내가 쓰는 교실이야기도 학교에서 한 번 쓰고 집에 가면 늘 고쳐서 다시 올립니다. 이번 방학 때도 얼마나 많이 고쳤는데요. 근데 여러분은 어제 잠깐 썼잖아요. 그러고 안 고치면 오히려 이상하지요. 그러니 틀린 글 고친다고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더 이야기하면 잔소리가 되겠다 싶어서 여기서 말을 끊었는데 규리가 손을 들며 말했다.
“아, 또 있다. 제목이 안 맞아요. 쑥떡 보다는 동생이 들어가야 할 것 같아요.”
정말 신기할 만큼 잘 집어냈다. 놀라웠다. 제목은 따로 복사해놓은 종이에 나도 밑줄을 그어서 고쳐보도록 해 놓았으니 각자 고쳐보자고 했다.
이제 정말 마무리하려는데 수지와 예진이가 또 의견이 있다고 했다.
“고성에 갔다고 했잖아요. 근데 누구랑 갔는지도 궁금해요.”
좋은 의견이었다. 민서에게 물어보니 너무 많은 사람 이름을 대서 나중에 이야기하며 넣을지 말지 정하기로 했다.
가만히 보니 내가 놓친 게 너무 많았다. 그걸 아이들이 다 찾아냈다. 아이들의 눈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만 보는 일기라면 꼭 밝혀 쓸 필요가 없는 것도 남이 보는 글을 쓸 때는 하나하나 밝혀 써주는 게 좋다. 그래야 읽는 사람이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이 점을 아이들에게 말하고 고칠 점을 적은 종이를 나눠주었다.
공부가 끝나고 쉬는 시간에 민서와 글을 고쳤다. 먼저 날씨를 써넣고 제목을 고쳐보았다. 아이들이 써낸 제목을 보니 ‘얄미운 동생’이 가장 많았다. ‘얄미운 주영이’, ‘미운 동생’, ‘주영이 때문에 실패한 쑥떡’이란 의견도 있었다. 민서와 의논 끝에 ‘얄미운 동생’으로 바꿨다.
다음은 긴 문장을 짧게 고쳤다. 아이들이 써낸 것을 살펴보니 세 문장으로 나눈 게 가장 좋아보였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나누었다.
고성에서 쑥떡을 만들기 위해 쑥을 따러갔더니 없어서 아무 잎이나 따서 똑같은 방법은 아니고 비슷한 방법으로 해서 돌로 잎을 찍는데 동생이 물을 부어서 실패했다.
→ 8월 21일 날 고성 할머니 집에서 쑥떡을 만들기 위해 쑥을 캐러갔더니 없었다. 그래서 아무 잎이나 따서 똑같은 방법은 아니고 비슷한 방법으로 해서 돌로 잎을 찍었다. 그런데 동생이 물을 부어서 실패했다.
여기서 날짜는 써넣고 함께 간 사람은 너무 많아서 안 쓰기로 했다. 이렇게 정리하니 처음보다 훨씬 깔끔해졌다.
끝으로 맞춤법이 어긋난 ‘어떻해?’를 ‘어떻게 해?’로 고쳤다. 엄마가 정확하게 어떻게 말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해서 민서 의견대로 표준말로 하기로 했다. 나머지는 아이들과 이야기할 때 나왔던 대로 고치고 마무리했다. 고친 글을 다시 읽어보니 처음보다 내용이 또렷하고 문장도 깔끔해졌다.
2010년 8월 31일 화요일 구름 조금
얄미운 동생
강민서
8월 21일 날 고성 할머니 집에서 쑥떡을 만들기 위해 쑥을 캐러갔더니 없었다. 그래서 아무 잎이나 따서 똑같은 방법은 아니고 비슷한 방법으로 해서 돌로 잎을 찍었다. 그런데 동생이 물을 부어서 실패했다. 나는 동생보고
“안 돼! 주영아. 그러면 안 돼!”
라고 하자 동생이 울었다.
나는 모른 체하고 계속 했는데 엄마가
“야! 동생을 울리면 어떻게 해.”
라고 꾸중을 하셨다. 내가
“흥.”
하며 삐지자 엄마는 동생을 재운다고 데리고 방에 들어갔다.
나는 계속 만들었다. 그런데 아까 동생이 물을 너무 많이 부어서 물만 계속 나왔다. 그래서 다 버리고 다시 만드는데 동생이 안 잔다고 엄마가 데리고 오셨다. 엄마가 가시고 난 뒤 난 동생에게
“저리가!”
라고 했더니 내 옆에 앉아 이끼로 똑같이 흉내를 내었다.
내 동생이 얄미웠다.
겪은 일 쓰기는 모든 글쓰기 공부의 기초다. 이것이 잘 되면 다른 글쓰기도 훨씬 쉬워진다. 지난 1학기에 짧은 글쓰기를 하며 느낌을 나누었다. 이제부터는 긴 글쓰기를 하며 글 쓰는 힘을 길러볼 계획이다. 오늘은 첫 발을 뗀 셈이다.
공부를 해보니 아이들 속에 글쓰기 씨앗이 들어있다는 걸 느꼈다. 굳이 가르치지 않아도 그 씨앗만 잘 싹틔우면 모두 글을 잘 쓸 것 같다. 발걸음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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