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9일 목요일 맑고 오랜만에 습기가 적다.
트림
아침활동 시간에 두유를 허겁지겁 마셨더니 수업 중에 트림이 나왔다. 그것도 분단별로 아이들을 둘러보고 있는데 나왔다.
“끄르르르”
마치 황소가 방귀 뀌는 듯한 소리가 나자 아이들이 기겁을 했다.
“이게 무슨 소리고?”
“선생님 트림 한다.”
“꺄악. 저리 가세요.”
근처에 있던 여학생들은 코를 막고 비명을 질렀다.
“트림도 못하나? 나오는데 우짜라고.”
칠판 앞으로 쫓겨 가서 항의했지만 오히려 아이들은 더 몰아붙였다.
“냄새난단 말이에요.”
“참지도 못해요?”
창문도 다 열려 있고 바람이 술술 통하는데 무슨 냄새가 난다는 건지. 게다가 청국장을 먹고 한 것도 아니고 고소한 두유를 먹고 한 건데 너무하다 싶었다.
“너희들은 ‘방귀쟁이 며느리’ 이야기도 모르나? 방귀 못 뀌니까 어떻게 되든? 내가 트림 못해서 그 며느리처럼 얼굴이 누렇게 떠도 되겠나?”
그러자 아이들이 합창하듯 말했다.
“네에~!”
더 따졌다간 본전도 건지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방귀쟁이 며느리가 방귀뀌는 장면을 흉내내보기로 했다.
“좋다. 그럼 트림을 한꺼번에 모아서 할테니 모두 책상 꽉 잡아라. 동협이는 출입문 붙잡고 수민이는 아령 잡고 엎드려라. 날아가기 전에.”
동협이가 당장 나가더니 출입문을 붙잡았다. 수민이한테는 6킬로그램짜리 아령을 들어보여 주었다. 아이들 관심이 모두 내 입으로 쏠린 가운데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하나 둘 셋!”
그러나 방귀쟁이 며느리처럼 집안을 거덜낼만한 트림은 나오지 않았다. 당연했다. 아까 트림을 다 했는데 더 나올 리가 있나. 이렇게 해서 겨우 쫓겨날 위기를 넘기고 다시 수업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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