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5일 수요일 엷고 흰 구름 조금
수업 마치는 시간
공부를 모두 마치고 급식소로 갔는데 수지가 울고 있었다. 안 그래도 두툼한 눈두덩이 울어서 더 부어 있었다.
“수지야, 왜 울어?”
“…….”
빈 우유 통을 갖다 놓고 들어오는 수지를 잡고 물었지만 답하지 않았다.
“선생님 때문에 그렇잖아요.”
“맞아요.”
옆에 있던 아이들이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렇게 억울할 수가 있나. 잠깐 생각해봐도 내가 수지한테 아무런 잘못한 게 없었다. 그래서 되물었다.
“너희들이 수지 때리고 괴롭혔제?”
“아녜요.”
“선생님 때문이라고 했잖아요.”
얄밉게 말하는 녀석들에게 꿀밤을 주려다 말고 수지에게 다시 물었더니 말없이 손으로 나를 가리켰다. 깜짝 놀랐다. 왜 나 때문에 울었을까. 야단 친 적도 없고 장난으로 건드리거나 부딪히지도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했다.
음식을 받고 자리에 갔더니 수지가 앉아 있었다. 마침 수지가 나랑 같이 먹는 날이었다.
“수지야, 왜 나 때문에 울었니?”
“선생님이 늦게 마쳤잖아요.”
“오늘 일찍 가야 돼?”
“한 시 이십 분에 나가야한단 말이에요.”
수지 말로는 월, 수, 금요일에는 학원 수업이 바빠서 일찍 마쳐야 한단다. 그런데 수업을 늦게 마치는 바람에 학원 갈 시간이 늦었다고 한다. 가만히 생각하니 5교시를 한 시 십 분에 마쳤다.
“알았다. 내일부터는 무조건 한 시 전에 마치도록 할게.”
말은 이렇게 했지만 걱정이 됐다. 한 시에 마치더라도 알림장 쓰고 급식 갔다 오면 한 시 이십 분이 훌쩍 넘는다. 수지가 시간 맞춰 나가려면 몸과 마음이 바쁘겠구나 싶었다.
수지와 내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량희가 전화를 받으려고 급히 나갔다. 이 때 시각이 한 시 이십삼 분이다.
“왜 늦게 오냐고 학원에서 전화왔어요.”
량희가 들어오더니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미안하다. 내일부터는 일찍 마칠게.”
량희한테도 수지와 똑같이 약속했다.
여태껏 수업 마치는 시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무슨 일이든 하다보면 빨리 끝나기도 하고 조금 늦어지기도 한다며 편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수지와 량희를 보며 정해놓은 시간을 잘 지켜야 아이들이 시간에 덜 쫓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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