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6일 수요일 구름 조금
막힌 아침 활동
아침 활동 시간이었다. 조회대에서 교무선생님 고함소리가 들렸다.
“야들아, 교실에 들어가라. 어서!”
운동장에는 우리 반 아이들과 4학년 아이들 대여섯 명이 놀고 있었다. 얼른 조회대로 나갔다.
“교무선생님, 우리 반은 첫째 시간이 체육이라서 아침에 운동장에 나가라고 했습니다.”
사정을 말하니 교무선생님이 4학년 아이들만 교실로 들여보냈다. 그리고는 축구를 하고 있던 우리 반 남학생들을 불렀다.
“축구 하는 건 좋은데 여덟 시 사십 분이 되면 저기 놀이터에서 놀아라.”
남학생들이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놀이터로 달려갔다. 다른 요일은 몰라도 수요일은 마음껏 놀아도 된다고 했는데 이렇게 되니까 너무 미안했다.
우리 학교에서는 아침 활동 시간에 운동장에 놀지 못한다. 아침부터 운동장에서 뛰며 땀 흘리기보다는 독서나 조용한 실내 활동을 하도록 한다. 그래야 차분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축구를 좋아하는 우리 반 아이들이 지난 9월 초까지는 아침마다 운동장에서 놀기도 했으나 오늘처럼 몇 번 혼난 뒤부터는 나가지 않는다. 대신 첫째시간에 체육이 든 수요일만은 자유롭게 운동장에서 놀도록 했는데 이마저도 오늘 딱 걸린 셈이다.
교실에 올라와서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아침 시간을 조용히 보내도록 하자는 뜻은 이해가 가지만 모든 아이들이 날마다 그렇게 해야 한다는 건 지나친 통제가 아닌가. 게다가 오늘처럼 첫째 시간에 체육이 든 날은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게 오히려 더 좋은 수업준비가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창 밖을 보니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오목조목 놀고 있었다. 드넓은 운동장에서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을 저 좁은 곳으로 몰아넣었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수업을 시작하려면 아직 십여 분 남았지만 미리 운동장으로 나갔다. 수업을 일찍 시작하는 게 좁은 놀이터에서 넓은 운동장으로 아이들을 끌어내는 방법일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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