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8일 금요일 구름조금→많이
자유 넘친 가을 소풍
일기예보에서 오늘 비가 온다고 해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창밖을 보니 구름이 잔뜩 끼었다. 학교로 가서도 마찬가지였다. 방금 빗방울이 떨어질 것 같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만약 중간에 비가 오면 가까이 있는 김해도서관에 들어가자고 옆 반 선생님들과 약속하고 길을 나섰다.
봉황대에 도착해서 패총전시관을 둘러보고 가야 주거지, 황세바위를 거쳐 자리를 편 곳은 ‘가락국천제단’ 비석이 서 있는 잔디밭이었다. 비가 온다는 예보 탓이었는지 진주에서 온 중학생들만 가끔 눈에 띌 뿐 초등학생이라고는 우리 아이들 밖에 없었다. 정말 오랜만에 넓고 시원한 곳에서 사람 걱정 않고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겠구나 싶었다.
더욱 좋은 건 날씨였다. 비 소식에 며칠 전부터 마음을 졸였는데 비는커녕 오히려 햇볕에 피부가 탈까 걱정해야 할 정도로 날씨가 좋았다. 때때로 구름이 끼어주니 아이들 뛰어놀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간식과 밥을 먹은 아이들은 곧장 널찍한 잔디마당으로 흩어졌다. 야구를 하거나 나뭇가지 치기를 하는 아이들도 있고, 숨바꼭질이나 수건돌리기를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놀이는 돗자리 미끄럼타기였다. 위쪽 잔디밭에서 아래쪽 잔디밭으로 내려가는 3m 길이 경사면을 돗자리를 타고 내려가는 놀이다. 마치 눈 쌓인 비탈면을 썰매를 타고 달리는 기분일 것 같았다. 아이들은 시키지 않아도 잘 놀았다.
아이들이 어찌나 즐겁게 노는지 선생님들이 준비해온 반별 놀이는 모두 취소했다. 오히려 아이들의 분위기를 깰 것 같았기 때문이다. 대신 학교로 출발하기 전에 모두 모여 보물찾기와 반 대항 닭싸움만 했다.
사실 오늘 소풍 장소가 이 아이들이 2학년 때 왔던 곳이라고 해서 조금 말이 있었다. 3학년 교사들이 장소를 결정하려고 참고한 자료에는 그런 기록이 없었다. 2학년 봄에는 ‘고분박물관’, 가을에는 ‘수로왕릉’ 이렇게 되어있어서 당연히 ‘봉황대유적지’로 장소를 정했던 것이다.
어쨌든 한 번 왔던 장소로 또 온다는 사실에 아이들도 몇몇 부모님들도 섭섭해 하는 눈치였다. 그런데 오늘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니 적어도 아이들은 섭섭한 마음이 어디 있었냐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았다. 버스를 타고 멀리 소풍을 갔다면 결코 가지지 못했을 자유를 오늘 우리 아이들은 마음껏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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