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0 교실일기

10월 11일 - 지름과 반지름

늙은어린왕자 2010. 10. 11. 15:45

10월 11일 월요일 구름 조금

지름과 반지름


  수학시간에 원의 반지름과 지름과의 관계를 알아보았다. 원에서 지름과 반지름을 각각 하나씩 그리고 그 길이를 재어본 다음 관계를 알아보도록 했다. 교과서에는 ‘한 원에서 지름은 반지름의 2배입니다.’라고 따로 상자에 넣어놓았다. 이걸 먼저 칠판에 써놓고 자신이 알아본 관계를 말해보자고 했다. 먼저 한별이가 손을 들었다.

  “반지름 더하기 반지름은 지름입니다.”

  “잘 했습니다. 다른 의견 없나요?”

  수민이가 주춤주춤 하더니 손을 들었다.

  “반지름 곱하기 반지름은 지름입니다.”

  “아, 그건 아니지요. 반지름이 2일 때는 맞는데…….”

  수민이는 반지름이 2일 때 2 곱하기 2를 하면 지름 4가 되는 것이 눈에 들어온 모양이었다. 만약 반지름이 3보다 커지면 맞지 않게 된다. 수민이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지름 빼기 반지름은 반지름입니다.”

  “지름 나누기 2는 반지름입니다.”

  미경이와 찬기가 잇따라 생각을 말했다. 잘했다고 칭찬하고 칠판에 적었다.

  “이제 더 없습니까?”

  아이들이 고민에 빠지려는 순간 바로 민서가 손을 들었다.

  “반지름 곱하기 2는 지름입니다.”

  “예, 맞습니다.”
  이 생각은 교과서에 있는 ‘지름은 반지름의 2배’와 같지만 순서와 식이 다르다. 다르게 생각하면 ‘반지름 + 반지름 = 지름’이라는 덧셈식을 곱셈식으로 바꾼 것이기도 하다.  
  “저도 그거 말하려고 했는데요.”

  수민이가 다시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아까 했던 실수가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었다.


  지름은 반지름의 2배(교과서)

  반지름 + 반지름 = 지름

  지름 - 반지름 = 반지름

  지름 ÷  2 = 반지름

  반지름 × 2 = 지름


  칠판에 써놓은 걸 훑어보니 이제 나올 대답은 다 나온 것 같았다. 교과서에 나온 것만 알아보고 넘어갔더라면 지나쳐버렸을 생각들을 바라보니 흐뭇하고 재미있었다. 똑같은 걸 보고도 아이들은 언제나 이렇게 생각이 다양하다.

  마무리하고 문제풀이를 하려는 데 동협이가 불쑥 손을 들었다.

  “또 의견 있어요.”

  “오호, 그래? 그럼 말해보자.”

  “지름 빼기 반지름 더하기 반지름은 지름입니다.”

  “엥? 이건 억지 같은데.”


  지름 - 반지름 + 반지름 = 지름


  칠판에 써놓고 보니 틀린 건 없는데 모양이 우스꽝스러웠다.

  “그럼 일 빼기 일 더하기 일 하면 일이 되는 거랑 똑같네. 이러려면 빼기를 왜 해? 어차피 똑같이 더할 텐데.”

  “맞긴 맞잖아요.”

  “맞긴 한데 순 엉터리다.”

  아이들이 웃었다. 동협이가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기발하고 엉뚱한 생각으로 우리를 웃겨주는 동협이 때문에 더 즐거운 수학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