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2일 화요일 구름 조금
선행학습 ①
수학시간에 여러 가지 원 그리기를 했다. 원의 중심과 지름, 반지름의 개념을 알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여서 차근차근 그리도록 했다. 잠시 뒤 찬기가 맨 먼저 검사받으러 왔다. 풀어온 걸 훑어보니 모두 맞았다.
“찬기야, 어째 이래 잘 했노? 미리 공부해봤나?”
“예. 학원에서 다 풀어봤어요.”
“오, 그래? 잘 했구나.”
찬기가 들어가고 경민이가 나왔다. 역시 경민이도 모두 맞게 그렸다.
“경민아, 어떻게 이렇게 잘 그렸노?”
“학원에서 그려봤어요.”
“학원에서도 컴퍼스 사용해서 그리나?”
“예.”
학원에서 문제풀이 위주로 공부하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태현이도 비슷한 대답을 했다.
“태현아, 예전에 그려본 적 있나?”
“학원에서 해봤어요. 더 어려운 것도 그렸어요.”
옆에 있던 민서도 거들었다.
“이렇게 세모난 것도 그렸어요. 연필만 있으면 보여줄 수 있어요.”
민서가 손으로 도형의 모양을 그려보였다.
아이들 이야기를 듣다 보니 몇 가지 생각이 일었다. 선행학습 덕에 수업 시간에 자신만만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걸 보니 좋긴 하다. 그렇지만 두 걸음 앞서가 있는 이 아이들한테 한 걸음씩 나가는 학교 수업은 지루하고 식상한 공부가 되지 않을까?
게다가 교실에는 선행학습을 한 아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도 있다. 선행학습을 한 아이들이 과제를 척척 해낼 때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 자칫 주눅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아이들이 몇 명 더 나왔다. 은서 책을 매기다가 같은 질문을 해보았다.
“은서는 수학공부 미리 안 해?”
“해요.”
“어떻게?”
“엄마가 공부 도와줘요.”
미경이도 은서와 같은 답을 했다.
다양한 출발점에 서 있는 아이들 사이에서 내가 서야 할 지점은 어디일까. 이런 고민을 불러일으킨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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