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0일 토요일 아침 기온이 2도로 쌀쌀함. 맑음
출장 준비
1교시 수업 중에 교감 선생님으로부터 쉬는 시간에 교무실로 오라는 연락이 왔다. 쉬는 시간에 내려갔더니 다음 주 월요일에 창원으로 출장을 다녀오라고 하셨다. 원래 담당은 다른 선생님인데 몸이 아파서 학교에 못 나온다며 부장인 내가 대신 다녀와야 한다고 하셨다. 수업이 있는 평일 오전 출장이라 선뜻 내키지 않았지만 다녀오겠다고 말씀드렸다.
회의 시간대를 보니 10시부터 12시까지여서 아무래도 수업은 어려울 것 같았다. 우선 출장신청부터 내고 우리 반 수업을 담당할 선생님은 교무부장님께 정해달라고 부탁했다.
교실에 와서는 선생님들이 수업 들어와서 참고하도록 시간표에 따라 학습할 내용을 인쇄해서 칠판에 붙여놓았다. 또 생활일기, 학습일기도 점검할 수 있도록 이름표를 붙여놓았다.
아이들한테는 출장 사실을 알려주고 학습할 내용에 관해 간단히 안내했다. 또 들어오는 선생님들이 교사용 교과서가 있는 곳을 모른다든지 해야 할 일을 잘 모르시면 도와드리도록 부탁했다.
교실이야기 쓰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 아이들한테 대신 써줄 수 없겠냐고 물었더니 무려 여섯 명이나 쓰겠다고 해서 쓸 사람 이름을 칠판에 써 놓았다. 일기 쓰듯 써서 화요일에 가져오면 정리해서 올려주겠다고 했다.
다른 반 선생님들 보기에 민망하지 않도록 교실 정리를 하려고 했는데 고맙게도 여학생 네 명(수인, 은서, 용은, 윤재)이 청소기까지 돌려가며 깨끗이 정리해주었다. 마지막으로 컴퓨터 비밀번호를 견출지에 써서 비밀장소에 붙여놓고 출장준비를 끝냈다.
준비해놓은 걸 보니 별 게 없는 데 이것저것 긁적이며 부산을 떨었던 것 같다. 지난 경험을 생각해보면 아이들과 선생님들을 믿고 훌쩍 떠나도 아무 일 없었는데 말이다. 일상에서 한 발짝 벗어날 때 다른 사람도 이렇게 부산스러운 건지 모르겠다.
[덧붙임]
출장을 가면 평소 보다 아이들의 생활을 더 걱정하게 된다. 크게 싸우거나 다치는 아이는 없는지, 교실에서 쿵쿵거리며 뛰어서 교장선생님께 걸리는 아이는 없는지, 다른 선생님들이 수업할 때 떠드는 아이는 없는지, 청소는 제대로 하고 갔는지……. 이런 게 걱정이 돼서 아이들한테 잔소리를 늘어놓는 일이 많다.
학습안내표를 인쇄할 때 아랫부분에 ‘청소 철저히 할 것. 청소를 철저히 하지 않는 사람은 3년 간 구속’ 이라고 써 놓았다. 몇몇 아이들이 그걸 보더니 고개를 갸우뚱했다.
“구속이 뭐에요?”
“구속이란 잡아가둔다는 말이야. 그런데 나는 너희들을 가두어둘 수는 없으니까 3년 동안 벌을 준다는 말이지.”
“헐~ 그럼 6학년 때까지네.”
“너무하시다.”
아이들을 믿고 떠나야 하는데 못 미더워하는 좁은 마음 때문에 이런 험악한(?) 말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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