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0 교실일기

11월 18일 - 수학 문제 풀기

늙은어린왕자 2010. 11. 18. 17:18

11월 18일 목요일 차가운 바람이 많이 누그러짐. 맑음

수학 문제 풀기

-용량이 다른 그릇 세 개로 어항에 물 채우기-


  5단원 「들이와 무게」 마지막 시간이다. 단원 끝에 있는 ‘탐구활동’ 문제를 풀어보라고 하고 시간이 지난 뒤에 함께 풀어보았다. 문제는 이렇다.


  성현이네 집에 있는 어항의 들이는 50L이고, 물이 47L 900mL 채워져 있습니다. 성현이는 1L, 500mL, 200mL인 물통을 이용하여 어항에 물을 가득 채우려고 합니다. 3개의 물통을 이용하여 어항에 물을 가득 채울 수 있는 방법을 3가지 써 보시오.


  아이들 책을 훑어보니 세 가지 모두 쓴 아이는 대여섯 명 밖에 없었고 한 가지도 못 쓴 아이가 절반 가까이 되었다. 

  이 문제에서 성현이가 채워야 할 물의 양은 2L 100mL다. 각각 용량이 다른 세 개의 물통으로 2L 100mL를 만들면 된다. 우선 먼저 푼 아이들이 어떤 아이디어를 냈는지 들어보기로 했다.

  칠판에 크기가 다른 그릇을 그려두고 지시봉으로 설명하게 했다. 먼저 찬기가 나왔다.

  “1L짜리로 한 번, 500mL 그릇으로 한 번 그리고 200mL 그릇으로 세 번 부으면 됩니다.”

  아이들 사이에서 “아~” 소리가 나왔다. 똑 같은 방법이라는 말이다. 마치 눈앞에 달린 과일 따 먹듯 찬기가 가볍게 문제를 풀고 들어갔다. 다음은 미경이가 나왔다.

  “1L로 두 번, 200mL로 한 번……. 어, 아니네?”
  자신 있게 나온 미경이가 머리를 갸웃거리며 멋쩍게 들어가고 태현이가 나왔다. 지난 중간고사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받은 태현이가 나오자 아이들의 눈이 칠판으로 쏠렸다.

  “1L로 두 번 붓고 500mL에 물을 채운 다음 200mL에 두 번 담아내면 100mL가 남잖아요. 그걸 부으면 돼요.”

  다시 아이들에게서 “아~” 소리가 나왔다. 이번에는 자신들이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방법으로 설명했다는 말이다. 나도 이 방법은 생각하지 못했다. 만약 2L를 붓고 500mL를 부은 다음 200mL 그릇으로 두 번 들어낸다고 했으면 이미 물이 넘치므로 틀렸다고 했을텐데 태현이는 먼저 들어내고 붓는 지혜를 생각해냈다.

  이에 질세라 민서가 자신만만하게 나왔다.

  “1L로 두 번 붓고요 500mL를 부은 뒤에 200mL로 들어내면…….”

  민서는 방금 내가 걱정했던 대로 문제를 풀었다.

  “물이 넘친 뒤 들어내면 안 됩니다.”

  아이들에게 주의사항을 알린 뒤 규리를 불러냈다.

  “그러니까요, 500mL로 세 번 붓고 200mL로 세 번 부으면 돼요.”

  규리는 말을 시작할 때 항상 ‘그러니까’를 붙여서 아이들이 재미있어 한다. 규리가 그릇 두 개만으로 손쉽게 문제를 풀고 들어가고 민서가 다시 나왔다.좋은 방법을 찾아낸 모양이었다.

  “500mL로 한 번 붓고요 200mL로 아홉 번 부어요.”

  “그러면 2300mL가 되는데?”

  “아차, 500mL 한 번이랑 200mL 여덟 번이에요. 잘못 말했어요.”

  “그래야 맞지.”

  민서가 들어간 뒤로는 더 발표하겠다는 아이가 없었다. 그래서 네 가지 아이디어를 참고해서 정리를 하도록 했다. 이 문제로 한 시간 수업이 끝났다. 

 

[덧붙임]  쉬는 시간에 수민이가 쪼르르 달려왔다.

  “선생님! 방금 신기한 방법을 생각했어요. 200mL로 열 번 붓고요 500mL에 물을 담았다가 200mL로 두 번 들어내면 100mL가 남잖아요. 그걸 부으면 돼요.”

  “어이구 생각한다고 고생했네.”

  듣고 보니 새로운 방법이긴 하였다. 하지만 태현이가 말한 것과 같았다. 뒷부분은 완전히 똑 같고 앞부분에서 200mL로 열 번 부으면 1L로 두 번 붓는 것과 같은데 뭣 하러 열 번이나 물을 떠 날라야 되는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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