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0 교실일기

11월 30일 - 공평하게 축구하기

늙은어린왕자 2010. 12. 1. 20:23
 

11월 30일 화요일 구름 조금

공평하게 축구하기


  6교시가 되자 점심 먹고 축구 하던 남학생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들어왔다. 아침 시간에는 보통 네 명 아니면 다섯 명 정도가 공을 차는데 오늘 점심시간에는 여덟 명이나 했다고 한다. 남학생 열 명 중에 두 명 빼고 다 한 셈이다. 교실에서 할 일 없이 돌아다니는 것 보다 운동장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마음에 들었다.

  땀을 식히고 있는 아이들을 보니 지난주에 축구공 때문에 있었던 작은 갈등이 떠올랐다. 오늘은 어떻게 됐는지 궁금했다.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오늘은 동전던지기를 해서 선수를 뽑았다고 한다. 그런데 몇몇 아이들은 바로 뛰고 한별이와 찬기, 태현이, 정훈이만 동전을 던졌다고 했다.

  “동전던지기를 왜 했을까? 여섯 명이 있으면 세 명씩 뛰면 되고 여덟 명이면 네 명씩 뛰면 될 텐데?”

  아이들 말로는 어떨 때는 삼 대 삼이 좋고, 어떨 때는 사 대 사가 좋다고 한다. 그러니까 여섯 명이 필요한데 여덟 명이 있으면 두 명을 탈락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건 아이들 스스로 정한 규칙어서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왜 몇몇 아이들만 동전던지기를 했는지 궁금했다.

  우선 공을 가져오는 구완이는 선수로 뛰는 게 당연해보였다. 그러면 수민이와 동협이, 민석이는 어떻게 해서 바로 선수가 되었을까. 무슨 특별한 자격이라도 있었던 걸까? 이 문제로 잠깐 토의를 해보았다.

  공을 가진 구완이는 누구든지 똑같이 동전던지기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찬기는 어떻게 생각해? 넌 동전을 던졌잖아.”

  “다 같이 동전던지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협이는?”

  “저도요.”

  다른 아이들도 같은 의견이었다. 여학생들에게 물어봐도 역시 대답이 같았다. 그런데 수민이는 생각이 조금 달랐다.

  “제가 공들고 왔을 때 구완이를 많이 시켜 주었고 또 구완이한테 먹을 것도 많이 사줬어요.”

  수민이는 예전 기억을 떠올리며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동전던지기를 하면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 예전에 그랬다면 참 잘했다. 그런데 지금은 구완이가 공을 들고 오고 있고 너희 둘만 하는 게 아니라 여러 아이들이 같이 하니까 너도 똑같이 동전던지기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

  사실, 내가 보기에 수민이는 우리 반에서 가장 공을 잘 찬다. 다른 반과 시합할 때 수민이를 뺀다는 건 상상하지 못한다. 아마 수민이가 없었으면 아무리 구완이가 공을 열심히 들고 온다고 해도 축구를 지금처럼은 많이 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 반 아이들끼리라면 함께 어울려서 재미로 하는 거지 실력으로 고르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민이한테 다시 물었더니 다른 아이들과 같은 대답을 해주었다. 의견이 모두 하나로 모였다. 다음부터는 공을 가져오는 구완이 말고 모두 같은 자격으로 동전던지기를 하기로 했다. 용기를 내어 생각을 바꾸어준 수민이가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