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5일 목요일 햇살 속 안개 같은 구름 조금
요즘 돌잔치
사회 시간에 ‘변화하는 전통 의례’라는 주제로 공부를 했다. 여러 가지 전통의례 가운데 오늘은 돌잔치에 관해 알아보았다.
먼저 옛날 방식의 돌잔치 영상을 시청했다. 전통의식을 지키는 어느 종갓집에서 찍은 듯 모든 게 옛날 그대로였다.
먼서 우리의 눈길을 끈 것은 한복 입은 아기의 허리에 매어있는 돌띠와 돌주머니였다. 아프지 말고 오래 살라는 의미라는데 이런 걸 처음 보는 아이들은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지금껏 전통 돌잔치를 한 번 도 본 적이 없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이어서 상 위에 백설기와 붉은 수수경단, 오색 송편, 미나리를 얹는 모습이 나왔다. 백설기는 백 살까지 오래 살라는 의미로, 붉은 수수경단은 액을 쫓아 탈 없이 잘 자라라는 뜻으로, 오색 송편은 소원을 성취하라는 뜻이 담겨있다고 한다. 미나리는 예상 밖이었는데 사계절 푸른 채소라 한결같이 오래 살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해서 그럴듯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요즘 돌잔치에 가 보면 이런 음식들이 모두 플라스틱 모형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모양내고 사진 찍고 데만 활용될 뿐이다. 요즘 사람들이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 옛날처럼 정성과 뜻을 깃들여 음식을 준비하기 어려운 탓이지만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다음으로 아이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돌잡이 모습이 나왔다. 사실 돌잔치에 관해 공부한다고 할 때부터 서로 경쟁하듯 자기는 무얼 잡았느니 부모님은 무얼 원했느니 쫑알대는 입을 겨우 막아놓고 영상을 보고 있는 중이었다.
화면에는 쌀과 돈(엽전), 실타래, 책과 붓, 활 그리고 여자아이에게 따로 준비한 실과 바늘, 가위 그림이 나왔다. 이런 물건들은 요즘도 돌잡이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어느 걸 잡으면 그 물건과 관계있는 일을 하리라고 짐작했다는 것도 같아서 쉽게 다가왔다. 아이들 관심이 머물러 있는 장면이어서 자연스럽게 요즘 돌잡이 이야기로 넘어갔다.
아이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요즘은 돈이나 실타래, 연필 말고도 희한한 물건이 다 올라온다고 한다. 아이가 의사가 되기를 바라는 부모는 청진기를 갖다놓고, 화가를 원하면 스케치북을, 운동선수가 되기를 바라면 공이나 스키 장비를, 아나운서는 마이크를 놓기도 한단다. 심지어 컴퓨터나 노트북도 놓는데 이는 프로그래머나 컴퓨터 기술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라고 한다.
컴퓨터 이야기가 나올 때 마우스도 봤다는 아이가 있어서 내가 물었다.
“컴퓨터를 두면 되지 왜 마우스만 뒀을까?”
“컴퓨터 대신 두는 거예요.”
“잡기가 쉽잖아요.”
그런데 컴퓨터를 남달리 사랑하는(?) 남학생들이 그냥 듣고 넘어가지 않았다.
“게임 잘 하라고 두는 건데요.”
“혹시 쥐 잘 잡아라고 둔 거 아닐까요?”
짓궂은 녀석들 때문에 모두 한 바탕 웃었다.
어쨌든 아이들이 본 돌잡이 이야기로 봐서는 요즘 부모들이 너무 욕심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기만 해도 얼마나 감사해야 할 일인지 아직 몰라서일까?
아이들 하나하나 돌잡이 이야기를 들어보고 수업을 끝내려고 했는데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숙제로 적어오도록 하고 마쳤다. 이 수업은 아이들 보다 내가 새로운 사실에 더 눈을 뜬 시간이었다.
'삶을가꾸는글쓰기 > 2010 교실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월 29일 - 이점칠 아저씨 (0) | 2010.11.30 |
---|---|
11월 26일 - 남학생들의 작은 갈등 (0) | 2010.11.30 |
11월 23일 - 불법 다운로드 (선행학습) (0) | 2010.11.24 |
11월 22일 - 대신 쓴 교실이야기 (0) | 2010.11.24 |
11월 20일 - 출장 준비 (0) | 2010.1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