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0 교실일기

2월 9일 - 생활기록부 정리

늙은어린왕자 2011. 2. 9. 21:50

2월 9일 수요일 구름 많음

생활기록부 정리

 

  지난 일 년 동안의 교과발달, 행동발달을 비롯하여 특별활동, 재량활동, 체험활동 상황을 모두 입력하고 한 부 인쇄해서 연구부로 넘겼다. 연구부에서 입력한 내용을 훑어보고 교감, 교장선생님 결재를 받으면 내용을 생활통지표에 인쇄해서 부모님들께 보내고 학교생활기록부에 영원히 남기게 된다.

  모든 기록은 문장으로 하게 되는데 아이의 상태나 능력에 따라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게 가장 좋다. 그러나 아이들은 완성된 사람이 아니라 끊임없이 발전해야 하므로 웬만하면 단점은 빼고 장점을 많이 넣어서 격려하는 말을 쓴다. 부모님들이 내용을 살펴보고는 대부분 좋은 말 밖에 없네 하고 생각하는 것이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생활기록부에 아무리 내용을 많이 써도 아이 그 자체를 보여주진 못한다. 한 아이는 우주처럼 넓고 깊은 세계를 가진 생명 덩어리인데 어떻게 몇 마디 말로 설명을 다하겠는가. 교사가 아이를 보는 눈이 아무리 꼼꼼하고 촘촘해도 기록하는 내용은 넓은 들판에 떨어진 티끌 하나 밖에 되지 않는다. 작은 티끌을 보고 넓은 들판을 다 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비록 내용이 부족하고 또 맞지 않은 것이 있어도 그것을 보는 부모님들은 넓은 마음으로 받아들여주면 좋겠다. 좋은 내용이 있으면 우리 아이는 이것 보다 더 장점이 많은데 조금 밖에 못 적었네 하고 생각하고 또 안 좋은 내용이 있더라도 선생님이 실수로 잘못 보았다고 여기고 아이에게 끝없이 격려하고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게 아이를 위하는 길이 아닐까 싶다.

  이제 정말 한 해가 마무리되는 느낌이다. 내일은 새 학년 반 편성을 하게 된다. 아이들 모두가 좋은 친구들, 멋진 선생님을 만나 행복한 한 해를 지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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