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0 교실일기

2월 10일 - 반 편성

늙은어린왕자 2011. 2. 10. 23:07

2월 10일 목요일 낮부터 눈

반 편성

 

  “우선 성적대로 줄 세우고 쪽지에 순서대로 이름 써서 나눠봅시다. 남학생, 여학생 따로 써야 돼요.”

  아이들이 돌아간 오후 3학년 담임 세 명이 모여 새 학년 반편성에 들어갔다. 3반 선생님 말씀에 따라 성적에 따라 등수를 정한 뒤 쪽지에 아이들 이름을 하나하나 썼다. 그런 다음 남자 아이는 남자 아이대로 어느 한 반에 성적이 좋은 아이가 몰리지 않도록 쪽지를 놓았다. 여학생도 똑같이 나눴다. 성적은 2학기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합쳐서 냈다.

  “특별히 성적이 좋은 아이가 한 반에 몰렸는지 잘 확인해보세요.”

  특별히 성적이 좋은 아이란 부모님이 시키나 안 시키나 스스로 알아서 공부 잘 하는 아이다. 대개 한 반에 한두 명은 꼭 있다. 이런 아이들은 성적 변화가 크지 않고 꾸준히 잘 한다. 살펴보니 골고루 잘 나눠져 있었다.

  이런 방법으로 학습부진아와 행동이 산만한 아이, 전학 예정인 아이들도 고르게 나누고, 반드시 붙여 놓아야 할 아이와 떼어놓아야 할 아이들도 살펴보았다. 이제 나눈 아이들을 4학년 명부에 쓰면 반편성이 끝난다.

  “잠깐, 아이들 중에서 운동을 특히 잘 하는 아이들이 몰려 있는지 보세요.” (이정호)

  “맞네. 그걸 빼먹었네.” (엄하늘)

  사실 학급의 일 년 살이에서 성적 못지않게 중요한 게 바로 운동실력이다. 우리학교는 ‘스포츠 페스티벌’이란 행사가 있어서 반 대항 달리기, 피구, 축구, 줄넘기 같은 경기가 일 년 내내 벌어진다. 경기에서 이기는 반은 기가 살고 지면 분위기가 가라앉는다. 이런 분위기가 교실 안까지 이어지게 마련이어서 선생님들도 겉으로 드러내지는 못 하지만 자기 반이 이기기를 원한다. 지난해에는 남학생들은 1반이 거의 모든 경기를 휩쓸었고 여학생들은 2반이 우승을 따로 떼놓았을 정도로 반별 차이가 컸다.

  “4학년 1반이 많이 밀릴 것 같은데요.”

  “그렇네요. 2반은 잘 하는 애가 너무 많아서 한 명을 1반으로 보낼게요.”

  “됐네. 그러면 크게 차이가 없겠다.”

  이렇게 마지막 조정을 하고 반 편성을 끝냈다. 아이들은 봄방학 하는 날에 오늘 정한 새 학반을 통지표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오늘 나름대로 기준을 정해 골고루 나누긴 했어도 모든 아이들을 만족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어떤 친구와 함께 생활하든 먼저 양보하고 존중하려는 마음만 있다면 무슨 걱정이 있을까. 모두가 이런 마음으로 새 학년을 맞이하면 좋겠다.

 

  [덧붙임] 지난 일 년 동안 모은 글을 모아 학급문집이라는 책으로 엮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문집 만드는 데 드는 돈을 지원받으려고 교장선생님께 여쭈어 보았더니 한 학년 모두가 하면 지원하겠는데 한 반만 하면 지원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다른 반과 형평이 안 맞아서 그렇답니다. 지난 일 년 동안 열심히 쓰고 모은 글을 그냥 버리기가 아까워서 어쩔 수 없이 원하는 가정만 인쇄비용을 받아서 만들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분량은 대략 200쪽 안팎이 될 것 같고 인쇄비용은 한 권에 7000~8000원 정도 예상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금액은 편집이 끝나고 인쇄소에 물어보고 알려드리겠습니다. 용돈을 조금만 아끼면 자신과 친구들의 생각이 담긴 소중한 문집을 만들 수 있으니 어린이 여러분과 학부모님들의 따뜻한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