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6일 토요일
공개수업
걱정 많았던 학부모 공개수업이 끝났다. 지난 며칠 동안 감기로 몸이 너무 안 좋아서 제대로 수업이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컸는데 다행히 큰 문제없이 행사를 마치게 됐다. 부모님은 열다섯 분이 오셔서 아이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번 공개수업은 몸 때문에 준비를 많이 못한 면도 있지만 평소 모습 그대로를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에서 특별한 것을 준비하지 않았다. 특별한 것이라면 보여주려고 만든 이벤트나 사전에 아이들과 짜놓은 활동을 말한다. (지난해 공개수업 때 이런 활동을 준비했다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수업이 흘러가는 바람에 혼났던 적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자료 없이 수업하면 성의가 부족해 보이므로 파워포인트와 동영상 자료를 각각 하나씩 준비했다. 그리고 부모님들을 위해 수업지도안을 복사해 놓았다. 파워포인트나 동영상 자료는 평소에도 자주 활용하는 것들이니 따지고 보면 지도안 한 장 준비한 게 전부이지 싶다.
수업을 위해 아이들과 함께 준비한 것은 어제 미술 시간에 만든 도깨비 머리띠다. 오늘 수업한 교과서 내용에 도깨비가 나오기 때문에 연계활동으로 해본 것이다. 하지만 이 머리띠는 분위기를 생각해서 만든 것일 뿐 수업에 직접 쓰이는 것은 아니었다. 수업이 어떻게 진행된다든지 이렇게 하면 저렇게 하라는 지시는 전혀 하지 않았다. 시냇물이 흐르듯 아이들 속에서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도록 맡겨놓고 싶었다.
“오늘 공개수업인데 보통 때처럼 해주면 좋겠고, 수업에 관계없는 이야기는 하지 말고 발표 기회가 오면 큰 목소리로 해주면 좋겠습니다.”
걱정스런 마음에서 수업 전에 아이들에게 이렇게 부탁하긴 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말도 할 필요가 없었던 것 같다. 아이들은 늘 수업에 잘 참여하고 있고 발표도 잘 해왔기 때문이다.
수업 외에 한 가지 준비한 이벤트라면 다름 아닌 어제 내가 쓴 ‘교실일기’를 한 편 읽은 것이다. 목이 쉬어서 직접 읽지는 못하고 나와 가장 가까이 앉아 있는 채미한테 부탁했더니 또박또박 잘 읽어주었다. 공개수업을 앞두고 감기 때문에 쉰 목소리를 걱정하던 내용이었는데 차분하게 수업을 시작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한 어머니는 소감에서 교실일기를 읽은 게 기억에 남는다며 정서가 메마른 요즘 아이들에게 좋은 모습이 되었다며 칭찬까지 해주셨다.
어쨌든 수업은 시작되었고 나는 나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열심히 수업했다. 띵띵띵 종소리에 맞춰 돌아가며 글을 읽었고, 자유롭게, 한 줄씩 그리고 이름을 부를 때마다 아이들은 지저귀듯 발표에 참여했으며, 아이들끼리는 서로를 냉정하게 평가하면서 모두가 수업의 주인이 되었다.
몇 년 전만 해도 공개수업이 있을 때면 며칠 전부터 콩닥거린 가슴이 끝나고서도 멈추지 않을 만큼 떨리곤 했다. 그러나 요즘은 이런 현상이 거의 없다. 아니, 오히려 담담하다. 이제 수업을 공개한다는 게 익숙해진 탓일까? 아니면 내가 나이가 들어서일까?
너무 담담해서 별로 볼 게 없었다면 이 자리를 빌어 참여하신 모든 부모님게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 그러나 나 보다 더 단단히 마음의 준비를 하고 부모님을 기다리고 열심히 참여해준 모든 아이들에게는 고마움의 인사를 전한다.
'삶을가꾸는글쓰기 > 2011 교실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4월 19일 - 말 시키지 마라? (0) | 2011.04.20 |
---|---|
4월 18일 - 현수와 세진이 (0) | 2011.04.20 |
4월 15일 - 공개수업 걱정 (0) | 2011.04.15 |
4월 14일 - 말 없이 아이들 인솔하기 (0) | 2011.04.15 |
4월 13일 - 식물 심기 (0) | 2011.04.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