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1 교실일기

4월 15일 - 공개수업 걱정

늙은어린왕자 2011. 4. 15. 19:25

4월 15일 금요일 흐림
공개수업 걱정

 

  “얘들아, 내일 공개수업 못할지도 모르겠다.”
  하루 종일 걱정이 태산이었다. 어제 보다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목소리가 제대로 안 나오기 때문이다.
  “어제처럼 글자로 쓰면 되잖아요.”
  “그래도 부모님들이 계시는데 말없이 수업이 되겠니?”
  아이들도 적잖이 걱정하는 눈치였다.
  “만약 오늘 저녁에 문자가 가면 내일 공개수업 못하는 거다.”
  “그럼 어떻게 해요?”
  “내일 못하면 다음 달에 3학년 할 때 하면 되지.”
  이야기는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돌았다. 정말 상태가 안 좋았고 나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미술 시간에 공개수업 때 쓸 도깨비 머리띠를 만들긴 했지만 쓸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자꾸 질문하지 말고 스스로 판단해서 해라.”
  걱정이 앞서다 보니 머리띠를 만들며 이런 저런 질문을 쏟아내는 아이들에게 버럭 화만 냈다. 머릿속에는 오로지 공개수업을 위해 목을 아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이제 목 괜찮아요?”
  “집에 가서 따뜻한 꿀물이라도 많이 드세요.”
  “목을 따뜻하게 감싸고 있으면 좋은데….”  마주치는 선생님들도 모두 한목소리로 걱정을 해주셨다.
  화를 많이 내서 아이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내일 여러 사람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야 할 텐데 걱정도 큰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