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7일 토요일 구름 가득
부모님께 편지쓰기
쉬지 않는 토요일인 오늘은 3, 4교시에 계발활동이 예정되어 있어서 수업 할 시간이 1, 2교시 밖에 없었다. 이 시간에는 교과 공부를 하는 게 맞지만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앞뒤로 둔 토요일인데다 체육한마당 행사를 치른 뒷날이라 도저히 수업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래서 어버이날을 맞아 편지쓰기를 하자고 했더니 아이들 입이 삐죽 튀어나왔다.
“또 글 써요?”
“미리 편지 쓴 사람은 어떡해요?”
“글 쓰지 말고 영화 봐요.”
글쓰기를 싫어하는 아이들은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갈 궁리만 하였다.
“부모님께 편지 쓰는 걸 싫어하면 우짜노? 평소에는 쓸 시간도 없으니까 이런 기회에라도 한 번 써야지. 영화는 다음 주에 시간 봐서 보여줄 테니까 마음을 담아서 편지쓰기를 해보자.”
훈계 섞인 설득을 한바탕 하고나니 아이들이 입이 쏙 들어갔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아이들 손에 편지지가 없었다. 어린이날 휴일에 이어 체육 한마당 행사를 치르다 보니 미리 예고할 시간이 없었던 탓이다. 하는 수 없이 교무실로 후다닥 내려가서 인터넷에서 찾은 편지지를 인쇄해서 가져왔다.
급하게 준비하다보니 그림도 어버이날 분위기와 맞지 않고 인쇄상태도 좋지 않았다. 편지지를 넣을 봉투도 없었고 편지지 위에 붙일 흔한 카네이션 꽃도 하나 없었다. 색종이로 카네이션 접는 방법을 힐끗 훑어보았지만 꽃 한 송이 접는데 한 시간은 넘게 걸릴 것 같아서 포기하고 우선 편지지부터 나눠주었다. 편지는 형식 보다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스스로 위로하며 말이다.
“선생님, 오늘 5월 7일이죠?”
“날씨도 써야 돼요?”
얼떨결에 편지지를 손에 든 아이들은 편지쓰기를 겪은 일 쓰기로 착각한 듯 우왕좌왕했다. 몇몇 아이들은 벌써 날짜와 날씨까지 써 놓았다. 그래서 칠판에 편지 쓰는 방법을 안내해주었더니 글을 써나갔다.
어버이날이라고 해서 부모님들이 특별한 선물을 기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녀가 건강하게 자라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선물이겠는가. 하지만 이왕 전할 편지였다면 좀 더 예쁜 편지지에 꽃도 하나 달고 정성스레 봉투에 넣어서 보냈어야 했는데 여러 가지 아쉬움이 든다. 아무 포장도 없이 불쑥 내민 편지를 받았을 부모님들께 마음을 담아 위로의 말씀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