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4일 수요일 맑음
동물 빙고 놀이
어린이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휴일을 앞둔 오늘은 학교가 하루 종일 어수선했다. 재난 대응 훈련도 있었고 모레 있을 체육대회 연습경기도 있었다. 안 그래도 마음이 들떠 있는 아이들에게 이런 저런 행사가 더해져서 그런지 도무지 아이들 마음을 다잡을 수가 없었다. 어머니 네 분이 보내준 맛있는 빵과 음료, 예쁜 비누와 양말 선물이 잠시 아이들 마음을 사로잡았을 뿐이다.
훈련과 연습이 끝나고 교실로 돌아오니 급식 시간까지 한 시간 정도 남아있었다. 이 시간에 놀이라도 한 가지 하고 마치자 싶어서 동물빙고 놀이를 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모둠별로 모여 머리를 맞대고 열심히 동물 이름을 썼다.
20분 정도 지난 후 답을 부르는 시간이 되자 모둠별로 환호와 탄식이 엇갈려 나왔다. 내가 생각한 동물 이름과 같은 동물을 떠올린 모둠에서는 기쁨의 환호성을, 다른 동물을 떠올린 모둠에서는 아쉬움의 한숨소리가 내내 이어졌다.
최고 점수는 이경이, 유진이, 수지, 채미가 있는 6모둠에게 돌아갔다. 이 모둠은 40칸 가운데 14칸이나 맞혔다. 보통 5~6칸 정도 맞으면 잘 했다고 하는 놀이인데 말이다. 나와 마음이 잘 통했나 보다.
우승 선물로는 아이패드를 하나씩 주고 준우승 모둠에게는 터치폰을 선물한다고 거짓 약속을 했는데, 아이들은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엄청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결국 우승한 6모둠에게는 아이패드를 (보여) 주고, 준우승한 5모둠에게는 터치폰을 (보여) 주면서 거짓 약속을 지키긴 했는데 비난을 엄청 받고 말았다. 어린이날을 맞아 거짓 약속을 해서 미안할 따름이다. 날씨가 더울 때 아이스크림 한 번 쏴서 죄를 씻을 생각이다.
놀이가 끝나고 아이들이 써낸 동물 이름을 살펴보면서 재미있는 점을 몇 가지 찾아냈다. 내가 생각하는 동물과 아이들이 생각하는 동물이 상당히 차이가 있었다.
‘ㄱ’으로 시작하는 동물로 나는 고릴라(20점), 곰(50점), 고슴도치(100점), 고래(보너스 50점)를 떠올렸는데 아이들은 개구리와 기린, 개미핥기를 가장 많이 떠올렸다. 그러다 보니 점수를 얻은 모둠이 아주 적었던 것이다. 아이들은 유명한 동물보다 교과서에서 본 동물을 많이 떠올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ㅂ의 북극여우나 ㅅ의 사막여우도 같은 경우다.
또 아이들 답지에는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한 동물 이름이 많이 나왔다. 긴팔원숭이, 블랙테트라, 블랙맘바, 스컹크, 오리너구리, 칸디루, 피라니아, 화살독촉개구리 같은 동물은 동물도감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동물인데도 빙고지에 자랑스럽게 적어놓았다. 특히 시현이가 들어있는 모둠에서 이런 동물이 많이 등장했는데 아이들이 동물에 관한 책을 열심히 봐서 그런 것 같았다.
그리고 기니피그, 카나리아, 카멜레온, 푸들, 앵무새 같은 동물도 많이 등장했는데 이것도 나는 전혀 떠올리지 못했다. 이 동물들은 예전부터 길러오거나 최근 들어 새롭게 등장한 애완동물들이다. 이것을 보며 아이들의 관심사가 나와는 많이 다르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이 밖에 ㄴ의 노루, ㄷ의 독수리와 돌고래, ㅅ의 사슴, ㅇ의 악어, ㅍ의 파랑새는 아이들이 많이 떠올린 동물인데도 내 답지에는 없던 동물이다. 다음에 또 하게 되면 이런 점들을 생각해서 아이들이 즐겨 떠올리는 동물을 많이 넣어서 점수를 올려주어야겠다.
재미있는 것은 ㅅ의 사람과 ㅎ의 흑돼지는 정말 상상도 못한 동물이다. 사람도 동물이지 않느냐는 7모둠(이수민, 박지상, 장한별)의 주장이 아직 귀에서 맴돈다. 사람도 동물 맞다.
[덧붙임]
어린이날을 맞아 오늘 오전에 어머니 세 분이 들러서 아이들에게 맛있는 음식과 멋진 선물을 주고 가셨다. 미경이 어머니는 맛있는 빵을, 민서 어머니는 시원한 음료를, 수민이 어머니는 직접 만든 예쁜 비누를 선물하셨습니다. 학교에는 오지 못했지만 희지 어머니가 양말도 보내오셨습니다. 그리고 (정)현민 어머니가 준비해놓은 선물은 택배 사정으로 목요일에 보내주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목요일에는 반 어머니들이 준비한 예쁜 티셔츠도 기다리고 있으니 어린이날이 보다 풍성해졌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신경써주신 어머니들께 아이들을 대신해서 고마운 마음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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