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1 교실일기

5월 16일 - 피로

늙은어린왕자 2011. 5. 18. 17:23

5월 16일 월요일
피로

 

  “이정호 선생님, 눈 뜨세요.”
  오후에 과학실에서 직원회의가 열렸다. 회의를 하던 중에 나도 모르게 깜빡 잠이 들어버렸다. 문득 깨우는 소리에 눈을 떴더니 교장선생님이 싱긋 웃고 계셨다. 맨 앞자리에 앉아 조는 나를 교장선생님이 먼저 보시고 깨운 것이다. 미안한 마음에 얼굴이 뜨거웠다.
  사실은 어제(일요일)부터 몸이 안 좋았다. 수요일(18일)에 열리는 경상남도 과학전람회에 낼 작품을 만드느라 토요일 오후부터 일요일 오전까지 작업을 한 데다 곧바로 밀양 어머니 집으로 달려가 무리하게 일을 했기 때문이다. 특히 밀양에서 두어 시간 동안 장작을 자르고 쌓은 게 몸을 힘들게 했다.
  이 때문에 오늘은 하루 종일 멍하게 시간을 보냈다. 피로에 피로가 겹쳐 두통까지 찾아왔다. 아이들이 하는 말이 귀에서 윙윙거리고 내가 하는 말조차 스스로 알아듣기 힘든 지경이었다.
  “야들아, 내 등 조금만 때려줄래?”
  쉬는 시간마다 아이들한테 부탁해서 등과 어깨를 맞았는데도 쉽사리 피로는 풀리지 않았다. 아무래도 피로를 제대로 풀려면 충분히 쉬어주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힘든 하루를 보내고 나니 교사 노릇 제대로 하려면 몸 관리부터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의 시간에 조는 나를 살짝 깨워준 교장선생님께는 죄송한 마음을, 쉬는 시간마다 등을 토닥여준 아이들에게는 고마운 마음 전한다.